사우디 출신 50대 정신과 의사, 난민 처우에 불만 품은 단독 범행 가능성
극우 AfD당 지지, 사우디 반체제 성향… 사우디 당국이 폭력성 사전 경고
20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차량을 타고 돌진해 5명 사망, 200명 이상을 다치게 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50세 의사 탈레브 알 압둘모센.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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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남성의 차량 돌진 테러로 20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용의자는 평소 반이슬람 성향의 사우디 반체제 인사로 50대의 정신과 의사로 확인됐다. 사우디 당국이 이 용의자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독일 당국에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7시쯤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이 돌진해 최소 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9세 어린이도 포함됐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가판대 사이 통로에 밀집한 군중 속으로 차 한 대가 고속 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구조 당국은 현장에 응급치료 부스를 차리고 헬기를 투입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마그데부르크시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장을 폐쇄했다.
작센안할트주 당국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차량 운전자 탈레브 알 압둘모센을 체포했다. 탈레브는 2006년 독일에 난민으로 들어와 영주권을 받은 뒤 작센안할트주 베른부르크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전날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로 텅 비어 있다. 이 테러로 어린이 포함 5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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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당국은 탈레브가 사우디 난민에 대한 독일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단독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과거 소셜미디어 X에 소총 사진과 함께 "독일이 사우디 출신 망명자들의 삶을 파괴한다", "독일이 국가의 이슬람화를 장려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거나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에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탈레브는 반이슬람, 사우디 반체제 성향으로도 알려졌다.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그를 "이슬람 혐오증"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탈레브는 지난 12일 미국 사회운동단체 레어 파운데이션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박해를 피해 도망치는 전(前)이슬람교도 난민을 돕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X에서 자신이 반이슬람, 사우디 반체제 성향이라고 밝혔으며 중동에서 여성이 박해당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주 올렸다.
사우디 당국은 2007년 탈레브의 급진적 성향을 인지하고 이를 독일 당국에 여러 차례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CNN은 두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당국이 2007~2008년 탈레브를 도망자로 간주하고 독일에 인도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 당국은 귀국 후 탈레브의 안전을 우려해 인도를 거부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사우디 당국이 독일 당국에 탈레브에 관한 경고를 4차례 공식 통지했다고 주장했다. 4차례 통지 중 3건은 독일 정보기관에 전송됐고 1건은 독일 외무부에 전송됐으나 모든 경고가 무시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인근 요하니스 교회 앞에서 사람들이 꽃과 촛불을 놓고 차량 돌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전날 발생한 이 테러로 어린이 포함 5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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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안팎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자신의 X에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마그데부르크 시장은 마그데부르크 대성당에 추모비를 마련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떤 공동체도, 어떤 가족도 기쁨과 평화의 휴일(성탄절) 며칠 전 이런 비열하고 어두운 사건을 겪어서는 안된다"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겠다"며 "미국은 항상 동맹과 함께 폭력 테러에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은 2015년 시리아 내전과 중동의 정치 불안으로 유럽으로 난민이 쏟아지던 당시 난민 100만명 이상을 수용했다. CNN은 "독일의 난민 수용 정책은 원래 칭찬받았지만, 반이민 AfD의 부상으로 이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약해졌다"고 짚었다. 독일에서는 2016년 12월19일 베를린 도심 크리스마스 마켓에 트럭이 돌진, 13명이 숨지고 67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튀니지 출신 용의자 아니스 암리는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로, 범행 나흘 뒤 이탈리아에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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