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인하 속도조정 예고에
계엄사태후 사흘간 보다 시총 감소
强달러 심화로 외국인투자 등 이탈
이틀동안 외국인·기관, 1.8조 순매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한국 증시가 연이틀 급락하며 양대 시장 시가총액이 80조원 넘게 감소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첫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넘어선 수준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1.30%, 2.35% 내렸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각각 1.95%, 1.89% 떨어진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이틀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1조845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양대 시장에서 도합 80조1448억원이 사라졌다. 일평균 40조원이다. 18일 종가 기준 2033조1357억원이었던 코스피 시가총액이 20일 1967조648억원으로 이틀 만에 66조709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총도 348조9019억원에서 334조8280억원으로 14조739억원 줄어들었다.
지난주 열린 12월 FOMC 회의에서 미국 통화당국이 내년 추가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줄이기로 예고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현상이 심화하고, 투자자에게 국내 원화 기반 자산의 가치 하락, 기회비용 손실 부담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며 투심이 얼어붙었다.
박성제 하나증권 연구원은 "19일에 이어 20일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양대 시장에서 순매도하며 이틀 연속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였다"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강달러가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달러에 조급해진 외환당국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지난 19일 약 15년 9개월 만에 달러당 1450원을 돌파한 환율은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에 20일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방침이 이틀간 국내 증시에 가한 충격은 월초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전개된 사흘간 영향을 넘어선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국내 양대 시장에서 감소한 시총은 72조원이다. 가장 충격이 컸던 4일 하루 감소한 규모도 36조원이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며 월초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비롯된 정치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인한 금융·자본시장 관련 규제 변수와 정책 추진 동력 약화 등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다.
하반기 내내 글로벌 시장 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여 온 국내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은 더욱 옅어졌다. 하향 조정된 내년 경제성장률, 부진이 예상되는 기업 이익과 수출,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움츠러든 내수 경기 등은 이미 반영됐지만 이렇다 할 호재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지표와 정치 이슈에 민감한 국면이 이어지고, 4분기 실적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지만 반전을 위해선 실적 하향 조정 폭 둔화와 환율 변동성 축소에 따른 외국인 수급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