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간첩 물의 민노총, 12·3으로 부활”
서울경찰청은 당초 시민 교통 불편을 이유로 전농의 트랙터 진입을 불허했다. 하지만 전농의 전봉준 투쟁단 소속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는 경찰이 차벽으로 설치한 저지선 앞에서 농성했다. 일부는 트랙터로 경찰 버스를 들어 올리려고 했고 트랙터 유리창이 깨지는 등 충돌도 발생했다. 집회에 가세한 민노총 조합원 두 명은 경찰 폭행 혐의로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가 현행 집회시위법상 신고 범위 일탈, 미신고 집회라며 ‘불법행위’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국이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혼란한 가운데 민노총이 ‘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의 불법 시위가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2일 민노총은 애초 신고했던 남영역 일대를 이탈,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로 ‘기습 진격’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정권 퇴진 집회에서 경찰·시위대 대규모 충돌로 경찰관 105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당시 민노총은 경찰 저지선을 거칠게 돌파했다. 민노총 조합원 10명이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당시 집회를 ‘불법·폭력 집회’로 규정하고, 민노총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지휘한 정황을 집중 조사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이들이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하며 일반 시민들의 호응까지 얻는 상황이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연루돼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청장이 현직 신분으로 구속된 초유 상황에 처한 경찰도 흔들리고 있다.
당초 경찰은 트랙터 최고 시속이 30km라 교통 소통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집회시위법 12조)로 전농의 트랙터 행진에 ‘제한 통고’를 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 민노총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반 시민까지 가세해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민주당 김성회 의원 등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만나 전농의 트랙터가 한남동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경찰 역시 강제 해산 시 피해가 더 크고, 월요일까지 과천대로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 트랙터 10대의 서울 도심 진입을 허가했다.
민노총은 현 정권 들어서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건설 현장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한 특별 단속 활동 등으로 세가 위축됐다. 전직 간부가 북한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선 그간 강경 일변도 투쟁으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민노총이 12·3으로 부활하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에 사회적 관심이 몰린 상황에서, 지난달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검찰 송치도 사실상 유야무야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지호·김봉식 청장이 내란죄로 구속된 뒤 경찰 조직 자체가 ‘내란 동조자’로 비난받고 있어서 민노총 집회가 불법·폭력 양상을 띠더라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45분쯤 한남동 관저 인근 한강진역에 전농 트랙터들과 시위대가 도착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구속하라” 구호를 외쳤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윤석열 발끝까지 트랙터를 갖고 왔다”며 “밤샘 투쟁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강진역 앞 3~4개 차선을 점유하고 열린 집회엔 주최 측 추산 1만명, 경찰 추산 3000명이 참석했다. 트랙터가 도착하자 이들은 별도 행진 없이 해산했다.
주말 경찰·시위대 대치로 상당수 집회 참가자가 저체온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향후 집회·시위 시 인명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22일 밤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농민 행진 보장 촉구 시민대회’ 현장의 모습. 한강진역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우리가 이겼다” “농민이 이겼다”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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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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