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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사우디 왕자랑 결혼”… 왕실 물건 헐값에 내놓은 ‘중동 공주’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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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국에서 외국인 배우를 고용해 중동 왕족 행세를 한 인플루언서들./더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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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배우를 고용해 중동 왕족 행세를 하며 물건을 판매해온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 관련 계정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왕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저품질의 물건을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중동 왕자와 결혼했다는 여성들의 계정이 인기를 끌었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 팔로워 10만명을 보유한 뤄자린은 “제 남편은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우디 가문의 젊은 왕자”라며 “저는 임신 4개월이 넘었다”고 밝혔다.

고급 빌라 앞에서 아랍인으로 보이는 남성의 팔짱을 낀 그는 “곧 남편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할 계획”이라며 “수억 위안 규모의 자산 손해를 감수하고 팬들을 위해 물건들을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브 방송으로 ‘프랑스산 향수’와 ‘영국 왕실 세제’로 불리는 다양한 제품을 모두 50위안(약 1만원) 이하로 판매했다.

이를 본 다수의 시청자들은 “왕자와 공주가 왜 고급 제품이 아닌 일반 물건을 판매하느냐”고 물었으나, 이런 의문을 품은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즉시 퇴장당했다.

또 다른 인플루언서도 중동 전통 의상과 스카프를 착용하고 ‘두바이 왕자’라고 소개한 남성과 함께 고급 차량에 탑승한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남편과의 이혼으로 자산을 청산한다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 방송에서는 300켤레의 스타킹이 6위안(약 1200원)에 판매됐고, 2㎏의 영국 세제는 6.99위안(약1400원)에 1000건 이상 주문됐다.

이와 관련 현지에서는 이 인플루언서들이 외국인 배우를 고용해 중동 왕자와 공주를 사칭하고 저질 제품을 판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이들의 SNS 계정은 삭제됐고, 관련 제품의 판매가 중단됐다.

두바이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성명을 내고 아랍 국가의 어떤 왕족도 중국에서 라이브 방송 판매를 허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온라인상에는 이들의 사기 행각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웨이보 한 이용자는 “이 인플루언서들은 성공하고 부유한 엘리트들에 대한 팬들의 동경심과 호기심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어머니가 소위 공주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30위안짜리 향수를 샀는데 냄새가 정말 끔찍했다”며 “판단력이 부족한 중장년층을 겨냥한 사기”라고 했다.

실제 중동 사람과 결혼했다고 밝힌 한 인플루언서는 “중동에는 소위 말하는 부유한 재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며” 진짜 귀족들은 조용히 지내며 SNS 활동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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