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美 SEC 비트코인 현물ETF 신호탄
트럼프 재선에 껑충…‘프로 크립토’ 전망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2024년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유례없는 한 해였다. 비트코인 100K(10만 달러) 돌파라는 대기록을 썼다.
올해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승인이 신호탄이 됐고,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친(親) 가상자산'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야말로 '크립토(crypto) 불기둥'을 뿜게 했다.
다가오는 2025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보면, 기본적으로 '트럼프 효과' 본격화에 대한 기대가 들어있다.
다만, 그동안 지나치게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선반영 된 부분에 대해선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투자 시 유의가 필요하다.
‘친(親) 가상자산’ 트럼프, ‘크립토 내각’ 만든다
22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지난 12월 17일 기준 10만8268달러를 터치하면서 사상 최고가(all time high)를 다시 경신했다.
비트코인은 이달 5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한화 기준 1억4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단을 지탱한 채 추가로 최고가를 재차 썼다. 다만, 18일(현지시각) 미국 연준(Fed)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금리인하'와 제롬 파월 의장의 '비축불가' 발언 여파로 비트코인은 다시 10만 달러선 밑으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비트코인 100K 시대가 현실화됐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일례로,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ek)의 애널리스트들은 2023년 말 '2024년 15가지 가상자산 예측' 리포트에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실제, 이번 비트코인 고공행진도 트럼프 2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대거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 직전 7만 달러에 못 미친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의 재선 확정과 함께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50% 가량이나 급등했다.
최근에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크립토 내각'에 관심이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6일 백악관에 'AI(인공지능)·크립토 차르(White House AI & Crypto Czar)'를 신설하기로 하고, 총괄 책임자로 데이비드 삭스(David O. Sacks)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임명했다. 데이비드 삭스는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로, 이후 첨단기업 창업에 참여한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 인사다. 실리콘밸리 파워그룹에 속하는 벤처투자자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도 '친(親) 가상자산' 인사로 꼽히는 폴 앳킨스(Paul S. Atkins) 전 SEC 위원을 낙점했다. 폴 앳킨스는 2002~2008년 SEC 위원을 지냈으며 2017년부터 디지털상공회의소의 토큰 얼라이언스 공동의장을 맡았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기금(bitcoin strategic reserve fund)' 추진 계획 언급도, 가격에 호재성 재료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부채 축소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비트코인 상승 랠리는 올해 초 방아쇠가 당겨져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SEC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으로 풀이되며 투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올 11월에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ETF 기반 옵션 상품이 첫 거래를 시작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투자 관련 헷지(hedge)를 위해 옵션 거래를 활용할 수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증시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 12월 현재까지 순유입(net flow)된 자금만 3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가상자산 업계도 우호적 업황을 전망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리서치센터는 올 12월 발간한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리서치에서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안티 크립토(anti-crypto) 기조와 정반대인 프로 크립토(pro-crypto)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며 "미국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법안으로 인해 국가 간 비트코인 보유 경쟁은 이미 시작됐으며, 문제는 경제다"고 예상했다.
“비트코인, 달러 기축통화 지위 공고히 할 것”
홍성욱 NH투자증권 디지털자산 연구원은 "내년(2025년) 초 트럼프 취임 후 디지털자산 산업의 성장성은 자명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로 내년 하반기부터 산업 개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전까지 규제 완화 기대감이 상승하는 국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화폐와 금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는 새로운 자산군으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전략자산화는 달러 발권량을 줄임으로써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다만, 연일 거듭된 랠리에 따라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일단 가격이 지나치게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자산 공포·탐욕지수(Fear and greed index)는 지난 12월 17일 현재 ‘81’을 기록, ‘극도의 탐욕(extreme greed)’을 가리켰다.
韓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장 확장 뒷받침
국내적으로도 가상자산 시장이 대체로 확장적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가상자산 과세가 오는 2027년으로 2년 간 유예되면서, 고액 투자자들의 시장 잔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국도 투자자보호 등 차원에서 지원에 힘을 싣는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11월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관이 함께 정책 방향을 모색한다. 첫 회의에서는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이슈를 비롯, 가상자산 사업자 진입 및 영업행위 규제,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에 관한 2단계 입법 추진 방향, 가상자산 거래지원 개선 문제 등이 주요 논의 과제로 제시됐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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