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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우수대부업자 은행서 돈 빌릴 수 있지만 ‘유명무실’… 자금조달 비중 1%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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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려스트=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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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우수대부업자를 선정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차입) 허용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우수대부업자의 은행 차입금 비중은 전체 대부업계 자금 공급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과 대부업계의 정책 참여 의지가 모두 약하기 때문이다. 서민금융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은행 차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수대부업자 19곳의 은행 차입액은 1530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차입액 규모(615억원)와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계 전체 대출잔액 12조5146억원과 비교하면 은행권 차입금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19개 우수대부업자의 전체 대출 공급액은 3조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비교해도 5% 수준이다.

우수대부업자는 저신용자 대출 공급에 기여한 대부업자를 금감원이 반기마다 선정하는 제도다. 우수대부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은행 차입이 허용된다. 일반 대부업자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하는데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상대적으로 이자가 낮아 사업에 유리하다. 금융 당국은 우수대부업자에만 이러한 혜택을 주며 서민금융 공급을 활성화하고 불법사금융 시장을 견제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21년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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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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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우수대부업자 제도 시행 이후 대부업계의 서민금융 공급은 오히려 축소됐다는 점이다. 우수대부업자 제도가 시행된 2021년 대부업계 대출잔액은 14조5363억원이다. 제도 시행 후 2년 동안 대부업을 통한 대출 공급이 2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부업계 돈줄을 막자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을 찾기 시작했다.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및 상담 건수는 2021년 5만9979건에서 2023년 6만3283건으로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우수대부업자의 은행 차입 규모가 작은 배경으로 은행과 대부업체의 시들한 의지를 꼽았다. 은행은 대부업에 자금을 댄다는 이미지 손상 때문에 대부업계 자금 대출을 꺼린다. 반대로 대부업체는 은행 차입 이율이 저축은행보다 크게 낮지 않은 데다 3개월 단위로 변동 이율이 적용돼 오히려 불편을 호소한다. 현재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캐피털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때의 이율이 연 7%대인데 은행 차입 이율은 6% 중후반으로 전해진다.

대부업계는 적정 이율을 조성해 은행 차입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시장이 줄면 그만큼 불법사금융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은행 차입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차입금은 저신용자 대출에만 쓰이도록 규제가 있는 만큼 은행이 적정 이율을 조성하고 차입금을 늘려주면 대부업계도 저신용 대출 공급에 기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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