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 [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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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올해 국내 포털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일명 네카오 위기의 해였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사태로 해외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했고, 카카오는 창업자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었다. 양사 모두 위기 전환 카드로 인공지능(AI)을 꺼내들었다. 네이버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통해 기존 서비스의 혁신을 추진했고, 카카오는 초개인화 AI '카나나'를 앞세워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라인야후' 암초 넘은 네이버, AI 혁신으로 반전 노려
네이버는 올해 3~4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를 겪었다.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이 발단이었다. 라인야후가 데이터·네트워크 관리를 네이버에 맡겼는데 해커들이 네이버 클라우드를 해킹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에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보안 시스템 개선과 함께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중 네이버 지분을 줄일 것을 암시하는 '자본구조 재검토'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네이버가 13년간 키워온 라인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사태가 격화하자 정부당국도 일본에 유감을 표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라인야후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는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제기되자 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월 국회 과방위에서 "단기적으로 매각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일본 소프트뱅크도 "당분간 자본관계 재검토를 단념한다"고 밝히며 사태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네이버는 이를 계기로 오히려 AI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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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공백 딛고 일어선 카카오, AI 미래 청사진 제시
카카오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 시세조종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정신아 대표가 경영쇄신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그룹 협의회 개최 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변경하는 등 공백 최소화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구속 101일 만인 지난 10월 31일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여전히 본안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했다. 카카오톡과 AI를 핵심 사업으로 정의하고, 시너지가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그 결과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말 138개에서 현재 122개로 감소했다.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관련 사업을 본사로 이관하고, 다음글로벌홀딩스는 흡수합병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11일 열린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 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10월 22일 열린 '이프카카오 AI 2024'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이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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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서비스 AI vs 카나나...포털 양강의 다른 길
네이버는 지난 11월 개최된 '단 24' 콘퍼런스에서 '온서비스 AI' 전략을 공개했다. 검색, 쇼핑, 광고 등 주요 서비스에 AI를 전면 도입해 검색은 개인화된 탐색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쇼핑은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이프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초개인화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했다. 카나나는 개인메이트 '나나'와 그룹메이트 '카나'를 통해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최적화된 답변을 제시한다. 특히 그룹대화에서도 맥락을 파악해 관계 형성을 돕는 기능을 제공하며, 카카오는 이러한 그룹 대화 AI 서비스 방식이 차별화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양사의 AI 전략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네이버는 기존 서비스와 AI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췄고, 카카오는 메신저 플랫폼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AI 경험 제공에 주력했다. 네이버가 매출의 20~25%를 R&D에 투자하며 자체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는 반면, 카카오는 자체 모델과 외부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채택했다.
2025년에는 양사의 AI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를 중심으로 AI 서비스를 확장하고,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연계한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은 양사의 AI 전략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생성AI 기술을 전 사업부에 적용한다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내세우며 AI 수익화에 대한 해법 제시했다"며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핵심사업 집중과 AI 신규서비스 출시를 제시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체류시간 확대를 위한 신규 콘텐츠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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