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용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2024년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큰 기대와 더불어 경기 침체 우려와 저성장 고착화, 끊임없는 지정학적 위기로 불확실성이 공존한 한 해였다. 이런 가운데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재선으로 인한 새로운 국제 질서를 눈앞에 두고 있고, 특히 한국은 비상계엄 정국으로 어수선한 연말을 맞고 있다. 2024년 한 해 일어난 주요 이슈들을 정리하며 2025년에도 이어질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단초를 찾아본다.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통신사들도 AI 열풍에 올라탔다. 특히 지난 수년간 AI 투자를 늘려왔던 통신사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용자 대상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수익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내년부터는 AI 수익화를 위한 시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AI 사업에 열중하는 동안 '본업'인 통신 사업은 든든한 수익원으로 통신사를 떠받치고 있다.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꾸준히 5G 가입자 확대를 앞세워 꾸준히 매출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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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를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정부 압박은 부담이다. 올해는 특히 정부의 압박이 심했다. 그동안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로 지원금 차별을 금지했던 정부가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지원금을 더 주라는 '전환 지원금'을 강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요금제를 낮추라는 압박도 심해져 LTE 요금제보다 5G 요금제가 더 저렴해지는 요금제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경쟁력 없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살리기 위해 애초에 알뜰폰을 도입한 정책 목표는 잊혀졌다. 근시안적인 정책이 남발되면서 장기적 관점의 통신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모호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통신3사는 올해 AI 사업 확장에 주력하며 본격적인 AI로 돈 벌기 전략을 펼쳤다.
'에이닷'에 주력한 SK텔레콤, 내년에는 '에이닷 비즈' 띄운다
SK텔레콤 전략 핵심에는 '에이닷'이 있다. AI 서비스 '에이닷'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는 것. 지난 9월 기준 에이닷 가입자는 550만명을 돌파했다. T전화에 AI 기능을 접목한 에이닷 전화와 에이닷의 PC버전인 '멀티LLM 에이전트' 등을 선보이며 사업 고도화에 주력한 SK텔레콤은 내년 1월부터 SK그룹 내 '에이닷 비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다.
SK텔레콤의 \'에이닷\' 소개 이미지 /사진=SK텔레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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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닷 비즈는 업무용 AI 에이전트로 검색 일정 관리 회의록 및 보고서 작성 시장동향 요약 등과 채용 과정 지원 인사관리(HR) 에이전트 보도자료 작성 및 뉴스 모니터링 홍보(PR) 에이전트 법령/판례 검색 및 자문 지원 법무 에이전트 등의 기능을 담았다. 이 가운데 HR 에이전트 PR 에이전트 법무 에이전트는 '에이닷 비즈 프로'라는 별도 이름도 붙였다. 그룹 내에서 테스트를 마치면 향후 외부 판매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SK텔레콤은 내년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SK그룹 내 AI 연구개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산하에 (SK) AI R&D센터가 만들어지는 것. 이를 통해 그룹 전체 AI R&D를 지원한다.
MS와의 협력 가시화...전 사업 영역에 AI 주입하는 KT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AI협력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영섭 대표는 취임 이후 AICT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AI 사업 확장에 '올인'했다. 그 결과물이 MS와의 AI 협력이다. KT는 향후 5년간 약 2조4000억원을 투입해 'AI 기간망'을 구축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한국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공공과 금융에 특화된 AI모델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겸 이사회 의장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KT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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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AI전환(AX) 전문기업도 띄운다. AX 혁신을 원하는 기업들에게 글로벌 수준의 컨설팅·아키텍처·디자인 등 서비스를 제공해, B2B와 AI·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하고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 또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하고 국내 AX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한 'AX 전략 펀드'도 MS와 공동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KT는 전 사업 영역에 AI 역량을 도입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미디어 사업에 AI 주입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책임자로 카이스트 출신 김재희 전무를 인터넷(IP)TV KT스카이라이프 KT스튜디오지니 지니뮤직 등 KT와 KT 그룹사 미디어 사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미디어부문장으로 중용했다. AI와 미디어 사업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익시오' 띄운 LG유플러스, '홍범식 시대' 열고 AI 사업 확장 본격화
LG유플러스는 올해 '익시오'를 선보이며 AI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온디바이스 AI 통화 비서 서비스인 익시오는 출시 열흘만에 1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아이폰 이용자에게만 서비스되고 있는 이 서비스는 추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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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AI 사업 본격화를 위해 새로운 수장도 맞이했다. 홍범식 최고경영자(CEO)가 새로 취임한 것. 홍 CEO는 지난 2018년 LG그룹에 영입된 인물인데,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단행한 임원인사에서 LG그룹으로 영입됐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LG 경영전략부문장을 맡으면서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 발굴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 미래 사업 전략 지휘 등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홍범식 CEO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출신인 만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나 AI 스타트업 투자, 인수합병 등 속도감 있게 AI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그룹 내 IT계열사인 LG AI 연구원, LG전자, LGCNS 등과의 협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 압박은 '여전'...트럼프 2기 시대 '직접적 지원' 고민해야
이처럼 AI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통신사들이지만, 업계에서는 '본업'인 통신 경쟁력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계엄 사태 이후 통신 서비스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신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필수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곤 한다.
통신3사 휴대폰 유통점 사진. / 사진=허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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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의 압박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올해에만 '전환지원금 도입' '단통법 폐지' '5G 중간요금제 도입' 등 통신사를 겨냥한 정부 정책이 쏟아졌다. 내년에 단통법이 폐지되면 지원금 경쟁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통신사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도 통신사에 부담이다. 알뜰폰은 도입 당시, 국민들의 통신요금 절감이라는 정책 목표가 뚜렸했다. 하지만 최근 중소 사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상하면서 통신사 자회사나 대형 금융사의 알뜰폰 사업을 옥죄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통신 정책에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감세, 5G 구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대기업인 통신사업자의 투자 유인을 확대하여 네트워크 구축을 촉진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처럼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 등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동통신 네트워크 산업을 기존의 전용 장비 산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개방화, 가상화, 클라우드화, AI 기반에 의해 전환되는 미래 네트워크 생태계의 구성요소에 대해 종합적인 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산업정책은 WTO 체제에서 직접적 보조보다 간접적 지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주요 부문에 대한 직접적 지원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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