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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내수 회복의 전제: 尹이 싫어했던 파격 대책도 테이블에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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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기자]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렸다. 고금리ㆍ고물가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12ㆍ3 내란 사태'가 터지면서 연말 특수特需까지 실종됐다. 그러자 '연말 모임을 통해 소비를 해달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목소리로 차갑게 얼어붙은 내수를 되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현 정부의 색깔을 지우고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꺼내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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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ㆍ3 내란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음식ㆍ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의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88.4%가 '비상계엄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89.2%는 '비상계엄 이후 방문 고객이 줄었다'고 했다. 실제로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줄었다(한국신용데이터).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12ㆍ3 사태' 이후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11일 범부처 '소상공인 생업 피해 정책대응반'을 가동했다. 여기서 노쇼(no-showㆍ예약 부도) 방지, 불법 광고 피해 예방, 악성 리뷰ㆍ댓글 엄정 수사, 불합리한 일회용품 과태료 부과 방지 방안들을 논의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영세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도 내놨다. 매출이 적을수록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는 게 핵심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내년 설에 예정된 지역상품권 발행 일정을 앞당기고, 연말 모임을 독려하는 등 소비 촉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치권에선 소비 촉진을 호소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4일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다음날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응원해 달라"고 전했다. 자영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다. 사실 자영업계 위축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 몇년간 자영업계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두가지 지표를 보자.

먼저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다. 2020년을 100(계절조정)으로 잡았을 때, 2021년 4분기 107.3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했다. 올해 3분기에는 101.3으로, 2020년 4분기(101.5) 수준까지 떨어졌다. "팬데믹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는 게 빈말이 아닌 셈이다.

온라인 소비가 대체한 측면도 있지만,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 더 크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100.00에서 111.59로 11.6% 올랐지만, 같은 기간 전산업 기준 실질임금은 352만7000원에서 355만4000원으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기준으로도 4.1% 늘어났을 뿐이다.[※참고: 고물가는 수출기업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실질소득 감소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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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이후 실질구매력 정체가 실질민간소비 부진에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쓸 돈이 없으니 소비를 줄이는 건 당연하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하나는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개인사업자의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2020년 0.27%에서 2021년 0.20%로 낮아진 이후 줄곧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0월엔 0.65%였다. 비은행권(제2금융) 대출 연체율은 더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2022년 4분기 1.60%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1분기엔 4.18%를 기록했다. 취약 자영업자(다중채무자+저소득+저신용)의 연체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0.15%에 달한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팬데믹 때의 손실을 회복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고금리와 고물가, 소비자의 소비 여력 감소 등 내수 부진의 늪에 빠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2ㆍ3 사태'까지 터졌으니 송년 모임을 부추겨 매출을 끌어올리더라도 자영업자가 숨을 고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물가ㆍ환율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이들의 소득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현재로선 방법이 많지 않다. 물가와 환율은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변동환율제를 택한 우리나라의 현실상 원ㆍ달러 환율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소득 수준을 갑자기 끌어올릴 수도 없다. 지금과 같은 질質 낮은 일자리로는 소득을 개선하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정책적 피벗(pivotㆍ전환)이 필요할 때이지만 현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다. 숱하게 지적받아온 감세정책을 바꾸는 식의 대대적인 피벗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기재부ㆍ한국은행 등 각 경제기관이 법적 권한 범위 안에서 경제 정책을 탄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직까진 정책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화상 면담을 진행한 건 양국간 긴밀한 경제ㆍ금융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적절했다는 평가다.

한은이 12ㆍ3 사태 후 발빠르게 내놓은 환매조건부채권(RPㆍ금융기관이 일정기간이 지난 후 확정금리를 더해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 매입 전략 역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발맞춰 기재부가 국채 발행 등을 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경제침체기에 합리적인 선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건 교과서적인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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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정책도 다듬을 수 있다. 가령, 빚을 잘 갚을 수 있도록 완납 시기를 짧게 짧게 연장해주기보단 장기간 낮은 이자율의 정책자금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정리'도 도와야 한다.

예컨대 폐업을 위한 돈이 없어서 폐업을 못한 이들이 폐업과 함께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내일배움카드 예산(2548억원)을 삭감했는데, 이는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내수를 진작하려면 좀 더 파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는 "지금처럼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선 일시적 부유세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을 정도로 여ㆍ야ㆍ정이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색깔과 맞지 않더라도 모든 전략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토론해야 할 때란 일침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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