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컨벤션센터에서 청년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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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보복’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언론을 상대로 한 보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선거 기간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던 언론사에 소송을 내는 등 벌써부터 ‘언론과의 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어, 취임 후에는 언론 자유가 더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주류 언론에 노골적으로 불신을 드러내 온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자신의 권력을 총동원해 언론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언론 때리기’는 취임 전부터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1월 대선을 앞두고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밀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던 지역 언론사 디모인레지스터를 상대로 지난 17일 소송을 냈다. 그는 개표 결과 자신이 이 지역에서 이겼다면서 해당 보도가 “사기이고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 대선 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계속하겠다며 “돈은 많이 들겠지만, 언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 소식통들은 “그의 ‘언론 응징’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언론을 비난하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는 집권 1기 때부터 언론을 향한 불신을 드러냈다. 언론을 “시민의 적”이라고 부르고, 진보 매체로 꼽히는 CNN 소속 기자와 말다툼이 붙자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에도 특정 언론사에 소송을 하겠다는 위협을 반복했지만 대부분 실행에 옮기지 않았고, 실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대부분 졌다”고 WP는 짚었다.
지난 1월1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 지역 신문 디모인레지스터 신문이 한 건물 손잡이에 꽂혀 있다.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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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때와 달리 언론에 줄소송을 예고한 데는 언론을 보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데이비드 콜제닉은 “이 나라의 법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바뀐 점이 있다면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강해지고 그로 인해 (언론을 고소한) 모든 원고들이 대담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기 행정부에서 언론을 향한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맨사 바바스 아이오와대 법학부 교수는 “트럼프는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건 명백하다”며 “소송에서 이기는 것보다 소송을 통해 (언론을) 위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ABC방송이 트럼프 당선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거액의 합의금을 주기로 한 일이 ‘언론 응징’ 행보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ABC방송 앵커인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는 지난해 미 법원이 트럼프 당선인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는 평결을 내놓자 ‘강간이 인정됐다’고 여러 차례 발언해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길 거란 예측은 거의 없었다.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되려면 ‘실질적 악의’가 입증돼야 할 뿐 아니라, 사건을 다뤘던 판사도 뉴욕주 법이 성폭행을 매우 좁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성폭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ABC방송은 트럼프 당선인 측에 1500만달러(약 215억원) 합의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ABC 측은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방송사를 소유한 디즈니가 사업 확장에 방해가 된다며 합의를 밀어붙였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NBC방송 진행자 출신인 척 토드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벗어나기 매우 어려운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WP는 “과거에도 비판적인 언론사에 불만을 보인 대통령은 많았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언론의 기능 자체를 부정하고, 공개적으로 보복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공격”으로 언론 자유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릴리아나 홀 메이슨 메릴랜드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행정부의 권력을 손에 넣으면 무슨 일을 할지 걱정스럽다”며 “모든 제동 장치가 사라지고, 우리는 전에 경험한 적 없는 대통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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