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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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축통화국은 물가 안정 목표만 바라보고 통화 정책을 펼 순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미래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 동계학술대회에서 ‘통합적 정책 체계(IPF):한국 통화 정책 적용’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총재는 연설에서 “비기축통화국으로서 통화 정책만으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데 한계가 크다”며 “통화 정책을 비롯해 거시건전성 정책, 외환시장 개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은 미 달러와 유로 등 외환시장에서 중심이 되는 기축 통화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 상황 변화에 민감도가 높아 자본 이동과 환율 변동성이 큰 편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경험한 201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 기구에선 기축 통화를 보유하지 않은 신흥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보완한 ‘통합적 정책 체계’를 채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에만 주력하지 않고,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등 물가 이외의 변수까지 고려하는 등 좌고우면하면서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조정 시기를 실기했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자신이 취임한 뒤 한은의 정책 대응을 통합적 정책 체계를 적용한 ‘모범 사례’로 들며 반박했다.
2022년 하반기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해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때였다. 하지만 하반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이 커지면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회사채로 번지며 금융 불안이 함께 확산했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을 넘어서면서 대외 부문의 우려도 커졌다. 물가 안정(금리 인상)과 금융 안정(금리 인하) 목표가 서로 상충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 총재는 “(당시) 한은은 대내적으로는 물가와 금융 불안에 분리해 대응했다”고 했다. 물가와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두 차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동시에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확대해 단기금융시장에는 유동성을 공급했다. 긴축 기조와 유동성 확대가 상충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런 안정화 조처는 거시적인 통화 긴축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조치”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올해 8월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서도 ‘통합적 정책 공조’라며 반박했다. 당시 물가가 안정되고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됐지만, 가계부채 급등으로 금융 안정이 위협받던 터라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를 지켜봤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금리 동결과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돼 금융 불균형 누증 압력이 완화됐다”며 “통화 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 정책 공조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10·11월 연속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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