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주둔 해병 6여단이 11월27일 케이(K)-9 자주포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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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를 주도한 세력이 군을 동원해 국회의 기능을 멈추는 ‘내란’뿐 아니라 북을 자극해 남북 간 국지전을 유도하는 외환(외국의 공격)의 죄까지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내란사태의 ‘기획자’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60쪽 분량의 수첩에서 “엔엘엘(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란 주도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환까지 유도하려 했다는 정황 증거가 나온 이상 수사당국은 관련 의혹까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이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문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대 6여단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향해 케이(K)9 자주포 200여발을 쏘는 해상 사격 훈련을 한 것을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선 2010년 11월 연평도에서 이와 비슷한 훈련을 진행하다 북한이 보복 포격을 해 섬에 살던 민간인 두명과 해병대원 두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바 있다. 군이 보복을 가하는 과정에서 북의 인명 피해도 커졌다. 북한은 우리 영해인 북방한계선 남쪽의 연평도·백령도 근처 해역이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군이 이 지역을 향해 포를 쏘는 것을 영해 도발로 간주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평도 포격 때와 같은 과격한 대응을 했다면 남북 간에 치열한 국지전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랬다면 윤석열은 이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며 비상계엄을 선언하고 국회를 장악했을 것이다. 야당과 국민들은 지난 3일 밤처럼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들이 앞서처럼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지 못했다면, 윤석열의 의도대로 주요 정치인·언론인·판사 등이 체포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혔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쓰레기 풍선의 ‘원점 타격’ 검토 등 군이 북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옛 북풍은 북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윤석열 등 내란 세력은 전쟁도 불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일 위험한 세력이다.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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