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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펜타닐과 전쟁’ 선포한 트럼프…대외 정책 시금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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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2일(현지시각)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의 회의에 참석해 펜타닐 등 합성 마약성 진통제 위기와 관련한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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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합성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관련해 강경 대응을 또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22일(현지시각) 펜타닐과 관련해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 약물로 인한 폐해를 드러내는 새로운 반마약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 청년 조직 ‘터닝 포인트 유에스에이(USA)’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단체로 지명하겠다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다시 상기했다. 그는 “나는 즉각 그 카르텔들을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마약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를 광고할 것”이라며 “마약은 여러분의 외관, 얼굴, 피부, 치아를 파괴한다”고 말했다.(한겨레 12월23일 보도)



Q. 그런데, 합성 마약성 진통제나 펜타닐이 뭐야?



A. 합성 마약성 진통제는 인공적인 화학 물질로 만든 강력한 진통제야.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펜타닐이지. 펜타닐은 천연 마약인 양귀비에서 추출한 헤로인보다도 30∼50배, 모르핀보다도 100배나 효과가 강력하지. 1959년에 수술 뒤 고통 등을 완화하는 약물로 개발됐는데, 최근 들어서 마약 대체재로 남용됐어.



특히, 미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이런 합성 마약성 진통제가 의료용으로도 남용되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됐어. 이른바 ‘오피오이드 위기’이지. 제약회사가 당국을 상대로 이런 합성 마약성 진통제를 환자들에게 쉽게 처방하도록 로비한 결과이지. 1999∼2021년 동안 64만5천명의 미국인이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숨졌어. 퍼듀파마라는 제약회사가 만든 ‘옥시콘틴’이라는 진통제가 대표적이야. 이 회사는 피해자들의 소송에 6억달러를 배상하기로 합의하고 파산했어.



오피오이드 위기 때 환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됐지만, 최근에는 펜타닐을 의도적으로 마약 대체재로 사용하는 현실이야. 미국에서 합성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합법적 처방은 2011년 이후 안정화됐는데도, 그로 인한 사망자는 2011년에 2600명에서 2022년에 7만6천명까지 증가 추세야. 한마디로 불법적인 사용이 계속 늘고 있다는 거지.



Q. 어떻게 이렇게 불법 사용이 늘 수 있는 거지? 펜타닐도 마약인데, 강력한 단속이 이뤄질 수 없는 거야?



A. 펜타닐 등 합성 마약성 진통제는 헤로인이나 코카인 등 천연 마약보다도 쉽고, 값싸게 제조할 수 있는 데다, 효과가 훨씬 강력해. 헤로인이나 코카인은 넓은 재배지가 필요한데, 펜타닐 등은 소량의 화학 물질만 있으면 만들 수 있지. 그만큼 단속이 힘들다는 거야.



코카인 등과 마찬가지로 펜타닐도 제조처는 멕시코 등 중남미이고, 소비처는 미국 등 선진국이야. 큰 피해를 입는 미국은 국내의 소비뿐만 아니라 멕시코 등의 공급처를 단속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 더구나, 펜타닐 문제에 중국도 개입되어 있다고 미국은 주장해. 중국에서 원료가 만들어져서 멕시코 등지로 수입되고, 멕시코의 막강한 마약 카르텔들이 제조해서 미국에 공급한다는 거지. 이 때문에 펜타닐 문제는 미-중 갈등과 대결의 한 원인이기도 하지.



Q. 그럼, 미국은 그동안 어떻게 대응해온 거야?



A. 미국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뿐만 아니라 중국 변수까지 감안해야 하는 처지야. 미국은 펜타닐을 제조하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사용하는 재료의 잠재적 근원지가 중국이고, 중국 돈세탁 업자들이 국제 마약 교역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펜타닐로 제조된 마약은 ‘차이나 화이트’라는 이름으로 1970년대 초에 미국 거리에 등장했어. 2010년 이후 미국 당국이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엄격히 규제하자, 마약으로 펜타닐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었어. 미국 당국에 따르면,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조됐다는 거지. 중국도 2019년 5월부터는 트럼프 당시 행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펜타닐 관련 물질을 엄격히 통제해서 완제품 수출은 사실상 종식됐어. 하지만 펜타닐 마약상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펜타닐 원재료를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공급하기 시작해, 펜타닐 밀매의 구도가 바뀌었다고 미국 쪽은 중국을 비난하고 있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전 분야에서 중국과의 대결이 격화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대치는 더욱 악화되고 펜타닐 위기는 심화됐지. 양국 모두 관계 개선 필요성이 절박해서,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23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협력을 약속했지. 중국은 미국 쪽의 정보를 바탕으로 멕시코 시날로아 카르텔을 위해 돈세탁을 해주는 중국 범죄조직 용의자를 체포하는 한편 양국의 마약 단속 관계자 정례 접촉도 시작됐어. 중국은 국내의 화학물질 제조업자들에게도 펜타닐 제조 관련 물질의 수출 금지령을 내리고, 5천명의 화학물질 브로커들도 체포했어.



그럼에도 미국에서 펜타닐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크게 줄지 않았어. 미국 쪽에서는 중국이 시늉만 하는 단속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지. 심지어 미국에서는 중국이 펜타닐을 무기화하려고 화학물질 수출에 세금 공제를 해준다는 주장까지 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어.



한겨레

펜타닐 원료.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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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은 왜 그러는거야? 미국 쪽의 주장이 맞는 거야?



A. 중국은 미국의 비난이 터무니없다고 해. 중국은 아편전쟁의 기억이 여전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 대책을 펼치는 나라이기는 하지. 기본적으로 미국 내의 문제인데, 왜 중국을 걸고 넘어지냐는 거야. 펜타닐이 주로 멕시코에서 제조되고, 미국에서 소비된다는 거지. 펜타닐 원료는 일반적인 화학 물질 원료이기도 해서, 중국에서 완전히 생산을 금지할 수도 없고 다른 곳에서도 생산된다는 거지. 설사 중국에서 제공되는 것이 있다고 해도, 이는 불법적인 유통일뿐이지, 중국의 정책과 당국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거야. 실제로, 중국이 펜타닐 제조 물질 수출에 세금 공제를 해준다는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중국 혐오증으로 밝혀졌어.



중국에서 펜타닐 원재료가 여전히 많이 생산된다는 것은 사실이야. 펜타닐 자체는 필요한 의약품이기도 하고, 원재료는 다른 곳에서도 쓰이지. 이 때문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펜타닐 원재료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고. 문제는 불법적인 유통과 제조인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이 있어.



Q. 미국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니야? 미국에서 가장 많이 불법 유통되잖아.



A. 펜타닐 역시 다른 마약 문제와 마찬가지야. 미국에서 1970년대 이후 엄청난 코카인 소비가 있었기 때문에 콜롬비아나 멕시코 등지에서 재배·제조돼서 미국으로 유입된 거지. 미국은 1990년대 이후 마약과 전쟁을 벌여서, 코카인을 수출하던 콜롬비아의 메데인, 칼리 카르텔 조직을 붕괴시켰어. 하지만 멕시코에서 다시 시날로아 카르텔 등 막강한 마약 카르텔이 부상해, 지금은 펜타닐까지 취급하고 있지. 이른바 풍선 효과야.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지는 거지. 소비를 근절할 대책 없이, 공급만 막을 수 없는 거지.



Q.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A. 미국은 사실 국내 소비를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어. 그래서, 공급 쪽을 더욱 조이는 정책을 쓰겠다는 거야. 마약 카르텔의 돈세탁에 연관된 중국 및 멕시코 금융기관 인사들에 대한 형사소추, 펜타닐 교역에 관여된 중국 기업과 인사에 대한 대대적 제재, 마약 밀매범에 대한 현상수배 강화, 멕시코 카르텔에 대한 사이버 전쟁 등이야. 특히, 트럼프의 공언대로 멕시코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문제를 고려하고 있어.



Q. 그런 방안들이 효과가 있는 거야?



A. 글쎄…실제적인 효과보다는 트럼프 쪽이 펜타닐 문제를 미-중 대결의 도구로 압박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 트럼프는 미국으로 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특히 중국 제품에는 최대 6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았어. 트럼프는 특히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오는 상품에는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는데, 이들 국가가 불법 마약에 충분한 대책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펜타닐 문제로 무역에서 양보를 더욱 압박하는 거지.



트럼프 진영에서는 돈세탁과 불법 화학물질 판매상과 연관된 중국 은행들을 제재하는 것이 중국의 반응을 이끌어낼 가장 빠른 방안이라는 주장이 있어. 그렇게 되면, 중국 은행들은 미국 달러에 대한 접근이나 미국 금융회사와 거래를 못 하게 되지. 이 방안은 미국 쪽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중국 은행과 기업들과 거래를 못하는 건데, 미국 경제에 피해가 없을 수가 없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것도 간단치 않아. 테러 단체 지정은 초강도 규제야. 미국 당국이 판단하면 군사력 투입뿐만 아니라 무차별적인 금융규제도 가할 수 있지. 만약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면, 멕시코의 모든 은행이나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어. 카르텔들이 은행을 이용하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거든. 카르텔 조직이 사회 곳곳을 장악한 멕시코는 테러 단체 지정이 경제와 국가 운영 자체에 치명적일 수 있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지. 이 때문에 테러 단체 지정도 쉽지 않은 문제이고 실효성도 의심스러워.



펜타닐 문제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로서는 미·중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공언하는 일방적인 대외정책에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두고 보자고, 트럼프가 정말로 어떻게 할지.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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