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대 물류 업체의 디지털 전환 실험
최근 찾은 도쿄 고토구 닛폰익스프레스(NX) 물류창고. ‘NEX-알파’로 불리는 이곳은 물류 회사 닛폰익스프레스의 최첨단 물류 기술을 만날 수 있는 쇼룸형 물류 시설이다. 3000㎡ 거대한 면적인데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기술로 이를 운영 중이다.
1937년 창업한 닛폰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매출액 2조2390억엔(약 21조원), 영업이익 600억엔(약 5600억원)을 기록한 일본 최대, 세계 6위 물류 회사다. 국내 최대인 CJ대한통운보다 매출액 기준 약 3배 가까이 크다. 57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깔려 있고 계열사만 319개, 일하는 직원은 7만8000명이 넘는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망으로 해외에 진출한 일본 기업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물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요타의 유명한 무재고 생산 방식인 ‘JIT(Just In Time)’가 가능했던 것도 닛폰익스프레스 공이 크다는 평가다. 전 세계 어디든 원하는 날짜에 부품을 배송해줬기 때문이다.
이런 닛폰익스프레스의 최대 고민은 만성적인 인력난이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구할 수 있는 일자리 수)은 지난 10월 1.25배를 기록했다. 이는 물류 쪽으로 가면 3~4배에 달할 정도로 더 높아진다.
닛폰익스프레스(NX) 물류창고 ‘NEX-알파’에서 자동 지게차가 물건을 운반하는 모습. (이승훈 특파원) |
일본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25개
만성 인력난에 디지털 전환 불가피
이 때문에 닛폰익스프레스는 물류의 디지털 전환(DX)에 적극 투자하고 나섰다. 우선 2020년 완공한 NEX-알파에서 다양한 물류 실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움직이는 지게차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별도의 태블릿PC 조작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4m 높이에 있는 짐도 쉽게 들어 올려 지정된 장소로 운반한다. 최대 1t 무게까지 견딜 수 있다. 지게차 운전에 필요한 별도 면허와 숙련 기간이 필요 없다는 게 특징이다. 센서를 통해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기 때문에 사고 가능성도 낮다. 태블릿PC를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장애인, 고령자 가릴 것 없이 업무가 가능하다.
닛폰익스프레스 한 직원은 “하루 평균 8시간 근무하는 사람의 경우 100개의 상자를 움직일 수 있지만 자동 지게차는 80개로 이보다 적다”며 “하지만 자동 지게차는 24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240개 상자 이동이 가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쪽에는 물건이 적재된 선반을 무인이송로봇(AGV)이 움직여 작업대 앞으로 가져오는 시설이 구축돼 있다. 이곳에는 한국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볼 수 있는, AGV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원하는 제품을 사람이 별도 단말기에 입력하면 AGV가 해당 제품이 있는 선반을 바로 사람 앞으로 가지고 온다. 사람은 제품만 꺼낸 뒤 바코드를 체크하고 이를 포장해서 담으면 끝이다. 선반은 버튼을 누르면 바로 제자리로 복귀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모터로 움직이는 개인운송수단도 볼 수 있었다. 일본 업체인 윌(WHILL)과 제휴해 개발한 ‘윌 모델’이다. 장애인 전동 휠체어처럼 생긴 이것은 조이스틱으로 간단히 조작하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높이 조절도 가능해 높은 곳의 선반에 있는 물건을 꺼내는 것도 가능하다.
우노 아키라 닛폰익스프레스 사업개발부 집행임원은 “자동화 물류 장비 덕분에 과거 3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DX 1단계를 마무리하고 내년은 2단계, 내후년은 3단계 등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국내외 물류창고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 = 이승훈 특파원 lee.seungh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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