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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벼랑끝 자영업자 42만명, 연체율 11.5%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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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한파에 누적된 이자 부담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24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다중채무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치솟았다. 2022년 2분기(3.96%)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다 두 자릿수 연체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13년 3분기(12.02%) 이후 최고치인데다, 역대 최고치(2012년 3분기 13.98%)에 근접한 수치다.

취약 자영업자란 금융기관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았고, 소득이 적거나(하위 30%) 신용이 낮은(신용점수 664점 이하) 자영업자를 의미한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312만6000명) 중 취약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에 달한다. 인원수로는 41만8000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2만2000명 늘었다. 또 이들이 보유한 대출 잔액은 122조6000억원으로 역시 올해 들어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취약 자영업자가 왜 늘었는지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9월 말 기준 가계소득 하위 30%인 저소득 자영업자는 49만4000명,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저신용 자영업자는 23만2000명으로 올해 들어 각각 1만5000명, 3만2000명 증가했다. 중소득·중신용 이상이던 자영업자 차주들이 저소득·저신용으로 하락한 경우가 각각 2만2000명, 5만6000명으로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기존의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들이 신규 대출을 더 늘린 게 아니라 내수 부진으로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진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문제는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한번 움츠러든 소비 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이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향후 경기에 대한 인식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가 지수 하락 요인으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악화, 소비 부진 흐름이 이어질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앞으로 3년간 2조원을 투입해 연체 가능성이 큰 소상공인 25만명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히는 등 긴급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재취업 교육 등 재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기업의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1.65%로 1%대에 머물렀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들어 2%대로 상승한 뒤 지난 3분기에는 2.43%까지 상승했다. 특히 버는 돈으로 대출이자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이자보상배율’의 경우 중소기업은 올해 상반기 -0.2배로 하락했다. 대출이자를 못 내는 것은 고사하고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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