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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 상대방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도 단순 분노 표출일 경우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통신매체이용음란)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ㄱ씨는 2021년 3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하던 중 채팅창으로 함께 게임을 하던 피해자의 부모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욕설을 여러 차례 전송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와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상대방의 부모에 대한 성기 비하, 가상적 성행위 묘사, 성적 조롱, 비하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모멸감 등을 주고 그것으로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전송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의 성별조차도 모르는 사이로서, 이 사건 당일 처음 인터넷 게임상에서 함께 팀을 이뤄 이 사건 게임을 하게 되었을 뿐”이며 “피해자와 인터넷상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다툼이 격화되면서 이 사건 메시지를 구성하는 문장들을 피해자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 문장씩 전송”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다툼 과정에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뿐,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고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