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송전탑이 북쪽의 철거 작업 중 쓰러지는 모습. 통일부는 지난 3일 관련 동영상을 국방부가 제공했다며 언론에 공개했는데, 이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3일 오전 국무회의 직전 티타임 때 김영호 통일부 장관한테 공개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25일 뒤늦게 확인됐다. 국방부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하기 10시간여 전인 3일 오후 통일부가 북한의 개성공단 송전탑 철거 동영상을 예고 없이 공개한 배경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직접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이 25일 뒤늦게 확인됐다. 김용현 전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3일 국무회의 직전 티타임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은 송전탑 철거 관련 영상을 통일부에서 공개해줄 것을 (김영호 통일부 장관한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송전탑은 남북 경협 관련 사안이며 인권침해 문제도 있었던 만큼 국방부 요청을 수용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일체 고려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송전탑은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려고 2006년 남쪽이 비용을 대 세웠다.
하지만 통일부 쪽의 이런 공식 설명과 달리 범정부적 조율이 없이 ‘국방부 장관→통일부 장관’ 양자 차원의 직접 소통 뒤 북한 관련 정보를 공개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통일부는 이전에도 군이 감시자산으로 확보한 북한 동향을 선별적으로 언론에 공개해왔으나, 대부분 사진을 제공할 뿐 지난 3일처럼 동영상을 공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통일부 대변인실은 지난 3일 오후 2시13분 ‘북 개성공단 송전탑 철거 관련 영상(국방부 제공)’이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에 2개의 관련 동영상 파일을 첨부해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는데, 사전 예고도 없었고 동영상 내용과 관련한 통일부 차원의 추가 설명도 없었다. 통일부 쪽의 공식 설명과 달리 실무 조율이 충분치 않았음을 방증한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1월26일에도 북한이 개성공단 송전탑의 전선을 자르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엔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사진 공개 요청으로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 쪽이 실무협의를 한 뒤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김 전 장관은 북한의 대남 군사공격을 유도해 이를 비상계엄의 빌미로 삼으려 했다는 증언이 많아, 지난 3일 그가 통일부 장관한테 동영상 공개를 직접 요청한 것도 이런 혐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계엄 발표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군사 대응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지난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고, 지난달 김 전 장관이 북쪽과 국지전을 유도하려고 북쪽이 쓰레기 풍선을 띄우는 곳을 원점 타격하라고 합참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쓰레기 풍선 부양 원점 타격은 합참 당국자들의 강한 반대로 실행되지 못했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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