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본사 있는 곳 ‘테크 도시’
자율주행 등 미래 도시의 모델 실험
/보카치카=오로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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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이스 마을’ 구상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머스크는 수년 전부터 스타베이스가 있는 지역에 마을을 짓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사업장이 있는 곳에 마을을 세울 경우, 필요한 편의 시설을 손쉽게 개발할 수 있고 낮은 임대료로 직원 숙소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마을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구현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머스크의 회사들이 하고 있는 지하 고속 터널과 친환경 에너지 기술, 자율 주행 시스템 등을 마을에 적용해 미래 도시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한 유토피아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
◇머스크 사업을 위한 유토피아
미 텍사스주 법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주민들이 새로운 마을을 건설할 수 있다. 주민 201명 이상이 청원서를 카운티(지역) 판사에게 제출하면, 청원서에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판사는 주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마을을 만들 수 있다. 마을이 설립되면 마을 의회를 구성하고 마을 조례를 제정하고, 대표자도 선거를 통해 선출할 수 있다.
스타베이스의 경우, 주민 수를 채우기 위해 스페이스X 임직원들이 해당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 중 일부는 집을 구하지 못해 임시 주택에 산다. 현재 이곳의 주민 수는 500명 안팎으로 이 중 100명 정도가 어린이다. 성인 주민 대부분이 스페이스X에 다닌다. 스페이스X 임직원인 주민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마을 설립에 별다른 장애물은 없는 셈이다.
마을 설립 이유가 청원서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스페이스X의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원서에는 “스페이스X가 외진 곳에 있어 회사가 공공시설 관리, 학교 및 의료 서비스 제공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건설하는 과정을 간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또 “스타십(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빠르게 개발하고 제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스타베이스를 커뮤니티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스타베이스가 머스크의 마을이 되면 지역 개발을 빨리 할 수 있어서 더 많은 인재를 불러 모을 수도 있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머스크 마을’은 이곳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부터 테슬라 기가팩토리,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등 자신 소유 회사가 밀집한 텍사스주 오스틴 동쪽에 ‘스네일브룩(Snailbrook)’이라는 마을을 건설하고 있다. 머스크가 ‘텍사스 유토피아’라고도 부르는 이 마을의 면적은 서울 종로구보다 약간 큰 24.28㎢. 인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월 800달러 모듈 하우스와 초대형 스포츠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다만 이 지역은 마을 건설을 위한 청원서를 아직 제출하지는 않았다.
◇마을 짓기, “단점 없는 투자”
억만장자들이 자신만의 마을을 세우려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YT에 따르면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레이드 호프먼,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의 마이클 모리츠 전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부인인 로린 파월 잡스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모여 2017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의 땅을 사들였다. 이들도 주민들을 통해 청원서를 내고 테크 신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사무 공간을 자유롭게 확장하는 동시에, 실리콘밸리의 살인적인 집값에 허덕이는 직원들의 주거 문제까지 직접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블룸버그는 “미국 억만장자 입장에서 자신만의 마을을 구축하는 건 단점이 없는 투자”라며 “텍사스는 마을 설립 절차가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실제 마을이나 도시 건설이 추진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땅을 매입했던 기업이나 억만장자들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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