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다수 UAM 비행 실증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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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용화를 외치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의 성과가 제로(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2024년 비행 실증, 2025년 상용 서비스 최초 도입, 2030년 본격 상용화’를 계획으로 내세운 ‘K-UAM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출현이 현실화돼, 수도권 기준 출퇴근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70% 줄어든다”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그래픽=김하경 |
그러나 25일까지 1차 목표였던 2024년까지의 비행 실증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자연히 2025년 상용화 얘기도 자취를 감췄다. 이에 대해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글로벌 선두 업체들의 인증 작업이 늦어지는 등 산업 자체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신산업 분야에서 있는 초기 지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업계에선 배터리 문제 등에 따른 UAM의 현실 구현 가능성, 경제성 부족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현저하게 사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K-UAM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 초 업체 43곳을 참여시켜 ‘그랜드 챌린지’란 이름의 민관 합동 사업을 본격화했다. SKT, 현대차, 롯데, 카카오, 대우건설, UAM산업기술연구조합 등 업체들이 6팀으로 나뉘어 사업을 시작했다.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구축, 5G 통신 등을 통한 교통 관리, 승객용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인프라를 구축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는 UAM의 핵심인 기체(eVTOL·전기식 수직 이착륙기)가 준비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2020년 정부는 해외 UAM 업체, 컨설팅 회사 등의 주장을 인용하며 미국, 유럽 업체들의 미 FAA(연방항공청) 등 인증 획득이 조만간 이뤄지고 산업이 개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FAA의 인증 획득을 완료한 업체는 없다. 정부 로드맵 작성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2020년 당시 전기차 테슬라의 성공으로 모든 산업에 ‘전기 붐’이 불었다”며 “탄소를 내뿜지 않는 것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고 그 선두에 UAM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의 성공으로 항공 분야에도 전기 운송 수단의 핵심인 배터리 적용이 곧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던 것인데 이는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주로 4~6인이 타는 eVTOL을 띄우려면 전기차 배터리의 7배 출력을 내는 배터리가 필요하다”며 “출력을 높이면 배터리 셀(cell)을 늘려야 하고 무거워지는 게 문제”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는 배터리 열화(성능 저하) 현상이다. 자동차보다 더욱 가혹한 운행 상황에 직면하는 하늘에서의 운항은 배터리 성능을 크게 저하시키는데,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국내 한 배터리사 관계자는 “UAM 전용 배터리를 만들려면 전기차 분야에 투자된 만큼의 연구와 새 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미 글로벌 선두 업체인 미국 ‘조비(Joby)’ 등이 비행 실증에 성공했다는 반박도 있다. 지난 14일 SKT와 한화시스템이 중심이 된 드림팀이 조비의 기체를 들여와 전남 고흥에서 비행 시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회성 비행은 하루에도 수차례 1년 이상 운항을 지속하는 상용화 단계 비행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대기업들도 투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민관 합동 사업 초기 양대 축이라고 불렸던 카카오가 주관 사업자에서 참여 사업자로 변경하면서 역할을 대폭 축소했고, SKT와 한화도 투자를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6팀 중 하나였던 대우건설·제주항공 컨소시엄은 참여를 철회했다. 자금 리스크가 불거진 롯데도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UAM 법인 슈퍼널을 미국에 설립한 현대차는 2028년 기체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원천 기술 등을 갖고 있는 건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사업의 옥석 고르기 단계가 진행되는 것”이라며 “내년 말쯤 미국 조비가 FAA 인증에 성공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UAM(도심항공교통)
도심(Urban)의 상공(Air)을 운항하는 교통수단(Mobility). 기체인 전기식 수직 이착륙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가 수직 이착륙장(vertiport)을 오간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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