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사살 ‘정경홍’ 시신서 발견
사망한 북한군의 품에서 나온 손편지.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텔레그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어머니의 품을 떠나 로씨야(러시아) 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됐다가 사망한 북한군 병사의 편지가 공개됐다. 24일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손으로 쓴 편지 한 장을 공개하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살한 북한군 병사의 품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국경 너머로 진격해 점령한 러시아 영토로, 1만1000여 명 규모로 추산되는 파병 북한군이 집중적으로 배치됐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모눈종이에 볼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에는 한글로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저의 가장 친근한 전우 동지인 송지명 동무의…”라고 적혀 있다. “아울러 건강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생일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하게 흘려 쓴 필체 때문에 일부 단어는 정확히 판독할 수 없다.
편지를 소지했던 북한군의 여권을 시신 위로 펼쳐 보이는 모습.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텔레그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편지 말미에는 작성한 날짜로 추정되는 ‘2024. 12. 9′라는 숫자가 적혔다. 작성한 뒤 전달하지 못한 편지이거나, 미리 작성해 둔 초고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병사가 소지한 여권에 기재된 이름은 ‘정경홍’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건 노획한 공책의 항목 중 해독된 일부다. (공책의) 다른 항목의 번역이 진행 중이고, 더 많은 내용이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여는 대신 이국 땅에서 기관총을 들고 참호를 판다면, 촛불 꽂힌 케이크가 우크라이나산 5.56구경 납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2일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와 이들에게서 입수했다는 위장 신분증 사진 3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신분증에는 김 칸 솔라트 알베르토비치, 동크 잔 수로포비치, 벨리에크 아가나크 캅울로비치 등 러시아식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서명란에 자필로 적힌 이름은 리대혁, 조철호, 반국진이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가 북한군의 신분을 극동 지역 토착민으로 위조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공개된 ‘가짜 신분증’이 이런 주장에 부합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를 비롯해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드론(무인기)으로 북한군을 공격하는 영상이나 시신, 신분증 등을 연이어 공개하며 북한군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심리전의 일환으로, 이국의 전장에서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는 북한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동시에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한 사실을 부각시켜 국제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당국은 북한군 일부가 이달부터 전투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X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북한군의 수가 이미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국내에서도 민간 단체들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기독교단체 선교사와 탈북민들은 파병된 북한군들을 상대로 한 심리전을 계획 중이다. 일부는 이미 관계 당국의 협조를 받아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민 단체장은 “관계기관과 함께 북한군 파병 규모가 더 커질 것에 대비한 대규모 심리전을 준비 중”이라며 “탄핵 정국 영향으로 다소 주춤해진 측면은 있지만 당초 계획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류재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