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미확인... 불법체류·밀입국 가능성
랜딩기어선 산소 부족... 생존 확률 희박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여객기가 24일 미 덴버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같은 날 하와이 마우이섬에 착륙한 이 항공사의 다른 여객기 랜딩기어에서 시신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덴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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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당일 미국 하와이에 착륙한 여객기 랜딩기어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항공기 랜딩기어는 밀입국·불법 체류자들이 종종 숨어드는 곳이지만, 비행 중 산소가 부족하고 온도도 낮아 생존 확률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전날 시카고를 출발해 하와이 마우이섬에 착륙한 유나이티드 여객기 랜딩기어에서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사망자가 발견된 장소는 랜딩기어 수납 공간으로, 항공기 바깥에서만 접근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마우이 경찰은 사망자가 어떻게 랜딩기어에 들어갔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불법 체류자이거나 밀항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밀입국 등을 위해 비행기 랜딩기어에 숨어드는 사람들은 간혹 있으나,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산소가 부족해지고, 온도마저 급감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1947년 이후 랜딩기어 구역에서 밀항을 시도한 129명 중 100명은 사망했다. 2020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항공기 랜딩기어에서 밀입국자 시신이 발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9년에는 영국 런던의 한 주택가 뒷마당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그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런던으로 가는 항공기에 숨어들었다가 상공에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례적인 생존 사례도 있다. 2021년 과테말라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 항공기 랜딩기어에 숨은 26세 남성은 살아남았다. 2014년 랜딩기어에 숨어든 15세 소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하와이 마우이까지 5시간 반 동안 의식을 잃은 채 있었지만 결국 목숨을 건졌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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