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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30일 버티면 1억”…중국서 ‘오겜’ 빙자한 사기 챌린지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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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6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가 공개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이 드라마의 설정처럼 단순한 놀이에 거액의 상금을 거는 일명 ‘자기 수양 챌린지’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25일 중국 곳곳에서 주로 가난한 이들을 노린 사기극이 ‘챌린지’를 표방하며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매체 식스톤은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횡행하는 자기수양 챌린지들이 “채무자들이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를 완수해 막대한 현금 보상을 얻으려고 하는 오징어게임과 섬뜩할만큼 비슷하다”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의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해당 챌린지의 인기가 올해 급상승했다”라며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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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올해 유행한 ‘자기수양 챌린지’를 홍보하는 더우인 게시물. 챌린지가 이뤄지는 호텔 방의 감시영상과 함께 “간단한 규칙을 수행하면 참가기간에 따라 보상을 준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더우인 캡처


챌린지들은 대부분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작은 방에 참가자들이 30일 안팎 주어진 조건을 충족시키며 고립된 채 머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도전들은 더우인(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중국명)에 생중계 되기도 한다. 식스톤에 따르면 참가비는 일반적으로 6000~8000위안(약 120만~160만원)이며, 챌린지에 성공할 경우 얻는 보상은 30만~60만 위안(약 6000만~1억2000만원) 수준이다. 최대 100만 위안을 내건 곳도 있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나이와 거주 도시, 건강 상태를 물은 뒤 규칙과 조건을 서면으로 보냈다.

많은 챌린지들은 도전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홍보물에는 “독서나 그림 그리기, 뜨개질을 하거나, 창밖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 회사의 경우 “45~50세 사이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사람은 누구나 도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규칙들은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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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수양 챌린지’에 참가했다가 눈을 비비자 “얼굴을 가리면 안된다”는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실패를 통보받은 한 참가자가 이에 항의하며 올린 게시물. 더우인 캡처.


중국 산시성 출신의 실업자였던 장모 씨 역시 이런 비현실적인 조건의 희생자였다. 장 씨는 빚에 시달리며 현금이 급히 필요했던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챌린지 광고를 본 뒤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을 결심했다. 26일 동안 얼굴을 가리지 않고 호텔방에 머물 수 있다면 85만9000위안을 상금으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9월 그는 6900위안의 참가비를 내고 도전했지만 얼굴을 3초 정도 가렸다는 이유로 몇 시간 만에 실패했다. 두 번 더 시도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친구에게 추가로 빚까지 져가며 며칠 만에 참가비로 2만 위안 이상을 지출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그는 더 깊은 빚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는 한 중국 매체에 “일종의 도박이자 완전한 사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 씨는 최근 이에 분노해 주최 측에 참가비 환불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장 씨 외에도 비슷한 피해자들이 속속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 역시 경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0월 산둥성 지방법원은 30일간 격리 생활에서 살아남으면 25만 위안을 지급하는 게임을 진행한 주최 측에 해당 계약이 불공정하고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에 어긋난다”라며 한 참가자에게 참가비 5400위안을 환불하라고 명령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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