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매 땐 임차인 권리분석 필수
매각물건명세서 꼼꼼히 살펴봐야
배당요구는 기간 내 신청해야 효력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
부동산 경매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A 씨는 시세 5억 원짜리 빌라를 약 50% 저렴한 2억5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낙찰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A 씨는 잔금을 내지 못했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전세 보증금 2억7000만 원)이 있다는 걸 알고 낙찰가를 써냈지만, 권리분석에 실패한 것이다. A 씨가 입찰보증금 2500만 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잔금을 미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부동산 경매는 매매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주택 경매에 참여할 때는 임차인 권리 분석이 필수다. A 씨 사례를 통해 임차인 권리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A 씨가 응찰한 빌라의 등기부등본에는 1순위 근저당권을 비롯해 가압류 3건이 등기돼 있었다. 이와 같은 금전채권을 목적으로 한 권리는 매각으로 모두 말소되는데, 이때 가장 먼저 등기된 1순위 근저당권을 ‘말소기준권리’라고 부른다.
법원 현황조사서에 임차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고, 전입 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 선순위 임차인이었다.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으로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낙찰자가 별도로 전액을 물어줘야 하는 사건이다. 전입과 동시에 확정일자도 갖췄기 때문에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해 임차보증금을 변제받는다.
경매 입찰자는 임차인이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췄더라도 배당요구종기일 내에 배당신청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임차인이 법원에 배당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임대차계약 해지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낙찰자는 임차인의 남은 계약기간을 보장해야 하고, 계약 종료 시 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야 하므로 입찰 여부와 가격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주하는 임차인이거나, 전셋값이 대체로 상승하는 시기일수록 배당신청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배당요구종기일이 지난 뒤에 한 배당신청은 효력이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A 씨는 임차인이 배당신청을 한 것은 인지했지만, 배당요구종기일 이후에 신청했다는 사실은 간과했다. 임차인이 배당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보증금 전액을 A 씨가 인수해야 했던 것. 만약 배당신청이 효력이 있었다면 A 씨가 써낸 2억5000만 원을 제외하고 남은 전세보증금 2000만 원만 추가로 인수하면 된다. 하지만 배당신청 효력이 없기 때문에 낙찰가 2억5000만 원 이외에 향후 임차인의 전세 계약이 만료됐을 때 보증금 2억7000만 원을 돌려줘야 한다. 전세보증금까지 고려하면 결국 시세보다 비싼 5억2000만 원에 해당 집을 낙찰받게 되는 것이다. 매각물건명세서에 나타난 배당요구종기일과 임차인의 배당신청일을 비교해 보는 습관을 지녀야 하는 이유다. 추가로 임차인이 배당요구신청을 한 뒤 이를 다시 철회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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