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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미디어아트로 만나는 ‘전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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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남한산성역사문화관 개관

첫 기획전 ‘병자호란의 기억’… 매핑 등 영상 기술로 전투 재현

관람객 7000명 찾는 등 인기

터치스크린 활용한 체험 진행… 지하엔 유물 900여 점 보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남문주차장 옆에는 새로 조성된 현대식 흰색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면 노란색 바탕의 사명기(司命旗)에 ‘남한산성 역사문화관’이라고 쓴 글씨가 펄럭인다. 역사문화관 관계자는 “사명기는 조선시대 때 장수의 지위와 책무를 표시한 깃발”이라며 “전통적인 방법으로 역사문화관을 알리고 있다”고 밀했다.

경기도가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의 의미와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남한산성 역사문화관을 조성했다. 지난달 1일 개장한 역사문화관에는 7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김선미 경기도 학예연구사는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백성과 나라를 지키던 군사 요새이자 비상시에는 임시 수도, 평상시엔 읍치(읍 소재지)의 기능을 했다”며 “역사문화관은 단순히 유물 전시 개념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 남한산성 역사와 의미 보존

동아일보

이달 7일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 역사문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남한산성을 쌓는 데 공을 세운 벽암대사의 초상화를 보면서 학예사로부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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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역사문화관은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 일원에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2963㎡(약 897평) 규모로 총 250억 원이 투입됐다. 역사문화관은 미디어아트 중심 스토리텔링을 콘셉트로 상설전시와 기획전시, 실감 영상실을 운영한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병자호란의 기억’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 공간이 나온다. 1636년 병자호란 당시 홍타이지(청의 제2대 황제)의 조선 침략 전술과 주요 전투를 시간별로 매핑 영상(영상을 투사해 대상물 외형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활용해 연출했다. 남한산성에서 47일간의 항전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병사들이 사용했던 조총과 삼안총, 별승자총통 등 다양한 화포 등은 실제로 볼 수 있다.

바로 옆 381㎡(약 115평) 규모의 상설전시실에서는 ‘인류의 공동 유산’을 주제로 남한산성의 우수성을 알린다. 신라부터 근현대까지 남한산성의 흥망성쇠의 역사를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인터랙티브(쌍방향) 전시다. 관람객 김모 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된 축성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남한산성에서 만들어 도성의 양반들에게 배달했다는 효종갱(조선시대 해장국)과 남한산성 소주를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남한산성을 쌓는 데 공을 세운 벽암대사 초상화와 함께 그 공덕을 인정한 인조가 스님에게 내린 교지도 특별 전시됐다. 또 1924년 네덜란드에서 출판한 ‘하멜표류기’와 소설 ‘남한산성’ 초판, ‘남한산성’ 영화, 국립극단 ‘남한산성’ 공연 포스터 등 남한산성을 다룬 각종 작품들도 볼 수 있다.

● 유물 900여 점 보관된 ‘보이는 수장고’

실감 영상실은 ‘남한산성의 사계’를 담는다. 남한산성 행궁(봄)과 수어장대의 여름, 연무관의 가을, 지화 문의 겨울 등 남한산성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문화유산을 미디어아트로 8분간 연출한다.

지하로 내려가면 ‘보이는 수장고’가 있는데, 2007년 남한산성 행궁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의 서적과 무기류·토기류, 기와 등 유물 900여 점이 보관됐다. ‘산성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수장고 유리를 통해 남한산성의 건축 기술을 설명하는 2분간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1층의 다목적홀과 강당, 지상 2층의 하늘정원이 있어 관람객들이 남한산성 일대 풍경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영되는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상수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세계유산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해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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