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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1460원' 강 건너버린 환율…韓 경제 최대 리스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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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韓경제 결산]③환율 1400원대 지속…美정책 따라 1500원 전망도

"고환율, 국내 물가 자극하고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 악화"

뉴스1

서울 명동 환전소 안내판에 원달러환율이 1455원을 나타내고 있다. 2024.12.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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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어느덧 기본 1400원대로 자리매김한 환율이다. 연초까지 잠잠하던 환율이 대내외 상황에 따라 지속해서 요동치면서 물가와 수출 등 경제 전반에 주는 악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6일 전 거래일 대비 8.4원 오른 1464.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국외 요인과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까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는 국내 정치적 혼란이 작용했다.

환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1300원대 미만을 유지했으나, 지난 4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장중 1400원을 돌파하며 정책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대체로 1400원 미만을 오르내리던 환율은 지난 11월 6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400원을 다시 뚫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심리적 저항선은 '1400원'에 형성돼 있었으며 곧 환율이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상황을 더 악화한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다. 국내 정치적 상황마저 악화일로로 치닫자, 원화 평가절하가 이어졌고 1430원대 환율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19일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환율은 1450원을 돌파했으며 26일엔 1460원까지 뚫는 등 예전으로 돌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원 환율이 1430~1450원대에 머물며 경우에 따라 1500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는 데다, 조만간 트럼프식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초 트럼프의 거센 정책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환율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당분간 1430원에서 1450원 사이의 환율이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1500원으로 갈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관세 전쟁을 하면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텐데, 그럼 원화 환율이 올라가는 상황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고환율이 오래갈수록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 전반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와 식품 등 소비자가 체감하기 쉬운 품목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서민 체감물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이 식품을 생산할 때 카카오나 설탕 같은 원료를 주로 수입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식품 기업들의 원가 상승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가계나 산업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 가격도 오르고 각종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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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4.7.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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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고환율 시기엔 국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해지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상승하며 균형을 되찾곤 했다. 그러나 최근엔 수출 기업들이 중간재를 수입해 재가공한 후 되파는 전략을 택하고 있어, 되레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환율이 지속돼 내수 침체가 심화하고, 금융 부실이 늘고 자산 가격 거품이 꺼지는 경우엔 금융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4일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오를지는) 말할 수 없지만, 아직은 대외지급 능력이나 대외순금융자산 규모를 볼 때 금융기관 건전성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며 "선물환포지션 한도 상향 등 외환당국의 수급 개선 방안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2024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기준 4153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은금융망 참가기관의 결제유동성 확보 수준을 나타내는 '일중당좌대출한도 최대소진율' 및 '자금이체지시 대기비율'은 3분기 각각 21.4%, 4.8%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다만 허 교수는 "당장 외환보유고가 불충분한 것은 아니지만, 환율이 1500원대에 고착하고 외환보유고가 3000억 달러대로 낮아지면 국제투자자들이 우리나라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며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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