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생존·셀러 글로벌 진출 위한 선택 분석
영업권 상각 등 회계상 적자 부담도 덜 수 있어
일부선 중국 자본 의존 지적…매각 포석 해석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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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그룹과의 동맹에 나선 것은 이커머스 시장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작이 향후 G마켓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 후 부진 계속된 G마켓…정용진, G마켓 살리기 승부수 띄웠나
신세계그룹은 코로나19 때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1년 미국 이베이로부터 G마켓 지분 80.01%를 약 3조4400억원에 인수했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G마켓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1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각축장에서 G마켓의 존재감은 점점 약화했다.
G마켓도 긴축 기조로 전환해 올해 상반기부터 고강도 비용 절감 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신세계 계열로 편입된 이래 처음으로 지난 9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이대로 가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용진 그룹 회장이 G마켓을 살리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G마켓 혼자서는 점점 공고해지는 시장 구도를 뚫기가 어려운 만큼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파트너를 골라 공동 전선을 펴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들이 대거 공세를 폈지만 국내 이커머스 시장 공략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지낸 정형권 대표를 G마켓의 새 수장으로 영입한 게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동맹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200여개국의 판로를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이커머스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알리바바가 보유한 전 세계 판매자 상품을 G마켓에 태워 상품군이 한층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G마켓의 셀러(판매자)들은 알리바바의 판로를 통해 해외 고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글로벌 진출을 통해 판매자의 거래 규모가 확대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면 결국 상품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전체 유통 시장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커머스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쉽지 않은 전략적 결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알리바바와 이커머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회계상 적자 부담을 막는 효과도 있다.
웃돈을 주고 인수한 피인수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 장부상 영업권 상각이나 공정가치 평가손실로 회계 처리하게 된다.
무형자산인 영업권은 고객 이탈이나, 영업 부진이 계속되면 영업이익에서 차감하는 PPA(purchase price allocation)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PPA 방식으로 G마켓 영업권을 대규모로 상각하면서 창사 후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中자본에 곱지 않은 시선…매각 포석이란 해석도
다만, 알리익스프레스 플랫폼 상품이 G마켓에 유입될 경우 위해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채널 성격이 강한 알리익스프레스의 중국 상품이 안전기준에 미흡하다는 지적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오픈마켓인 G마켓이 알리익스프레스와 직구 상품을 공유하면 역시 이러한 위해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그룹이 G마켓의 생존 전략으로 중국 업체와의 ‘공생’을 택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막강한 자금력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은 분기 매출만 40조원 안팎에 이르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손꼽힌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100% 현물 출자해 알리바바와 설립할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선 3년 내 합작법인을 상장하기로 하고 상장이 어려운 경우 알리바바 측이 신세계가 보유한 G마켓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신세계그룹 측은 이를 공식 부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번 합작은 신세계그룹이 G마켓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미국 이베이는 자사가 보유한 G마켓 지분 19.99%를 매각하기로 하고 신세계그룹에 지분 인수를 타진했으나, 그룹 측은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하고 제3자에 매각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G마켓 입장에서는 알리바바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꾀하겠지만 그 효과는 불투명하다”며 “합작법인 형태나 플랫폼 운영 방식 등에 비춰 종국적으로는 매각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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