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는 어떻게 일하는가
데이브 윌리엄스·엘리자베스 하월 지음, 현대지성 펴냄
1986년 4월. 인류의 꿈을 안고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하늘로 치솟은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이륙 74초 만에 폭발했다. 챌린저호는 산산조각 났고, 탑승한 일곱 명의 승무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모습은 전세계에 생중계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통함에 빠졌다.
그로부터 17년 뒤인 2003년.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또 다시 공중분해됐고, 일곱 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망했다. 두 사고의 원인은 기술적으로는 달랐다. 하지만 사업을 주도한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비행 전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한 발사 일정의 압박과 일탈의 정상화 등 많은 문화적인 문제가 챌린저 호 때와 똑같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사는 인류에게 우주 시대를 열어준 최고의 조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사를 우주 항공 과학을 연구하는 미국 정부의 기관 중 하나로 인식하지만 사실 나사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혁신 기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물론 처음부터 나사의 운영 방식이 이처럼 특별했던 건 아니다.
‘나사는 어떻게 일하는가’는 캐나다출신 우주비행사이자 직접 나사의 리더 중 한 명으로 활동한 데이브 윌리엄스가 우주전문 칼럼니스트 엘리자베스 하월과 함께 나사를 분석한 경영서적이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허블 우주 망원경 발사, 화성 탐사 미션, 국제 우주정거장 발족 등 인류의 우주 시대를 거의 전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사. 나사가 이같은 성공을 이끌기까지는 무수한 실패와 실패를 발판 삼아 다시 조직을 이끈 리더십이 있었다. 저자는 나사가 의회의 신뢰를 구축해 예산을 따내고, 오래된 관료들의 불만을 잠재우며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나사를 거쳐간 리더들의 진면목을 파헤치며 소개한다.
더 적은 예산으로 많은 일을 해내야 한다는 미션과 함께 1992년 취임한 대니얼 골딘의 일화는 흥미롭다. 그는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지상 근무자와 고위험 대상자를 우선순위에 정착시키는 일을 가장 먼저 밀어붙인다. 안전을 조직 문화의 일부로 삼은 것. 그 결과 골딘은 나사 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사고 한 번 없이 59번의 우주 왕복선 비행을 해냈다.
예산을 관리하는 것도 골딘의 중요한 과제였다. 골딘은 나사를 더 생산적인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희망퇴직을 받고 직원을 감축했다. 5년이 지나지 않아 나사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위험한 임무를 성공했고,나사의 목표를 유인우주비행에서 벗어나 화성을 비롯한 지구의 태양계를 탐사하는 로봇 비행으로 전환했다. 당시까지 나사는 핵심도 없고 성과도 없는 이익집단으로 여겨졌지만 골딘은 “올바른 결정이 항상 다수의 환영을 받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변화를 주도했다.
책은 마치 역사물처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지만 저자는 각 장마다 ‘인사이트 노트’를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이 책이 경영 서적이라는 상기한다. ‘우주 비행은 기업처럼 역량에 기반한 팀 스포츠다’ ‘뜻밖에 닥친 상황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때는 어떤 의견이라도 환영하라’ 등 조직 관리의 책임을 맡은 이들이 되새겨야 할 단순하지만 가치 있는 진리를 담았다. 1만99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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