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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최수진 의원 “제약·바이오 산학연서 30년 경험···현장 목소리 법제화할 것” [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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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지루한 건 못 견디는 성격의 '열정부자'

입사 10년 만에 제약사 연구소장 꿰차

끝없는 도전 본능으로 '최연소 임원'도

국회서도 상임위 넘나들며 '입법 왕성'

'자폐 아들' 헌신적으로 키운 워킹맘

25년 엄마역할, 정치인 변신 자양분

현장서 법·제도 한계 느껴 국회 진출

'쓸모에 맞는 실용 정치 하겠다' 포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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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큐텐이 무슨 색깔인지 알아요? 카레처럼 노란색이에요. 여름에는 습기 때문에, 겨울에는 결정이 안 생겨서 생산이 되게 어려웠어요.”

20여 년 전 개발한 항산화제 코큐텐을 떠올리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자식 때문에 속을 썩지만 애정만큼은 숨길 수 없는 엄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인 최수진(사진) 의원 얘기다.

최 의원은 올해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단 초선 의원이다. 하지만 제약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베테랑이다. 제약사 최연소, 최초의 여성 연구소장을 거쳐 정부와 바이오 벤처, 학계 등에서 30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이달 11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최 의원은 인터뷰 직전에도 본회의에 참석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활력을 얻는 것 같다”며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여성의 대기업 취업이 활발하지 않던 1995년. 화학과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최수진에게 사회는 혹독했다. 최 의원은 “당시 화학과 졸업생에게 가장 좋은 직장은 석유화학 기업이었지만 여성을 뽑지 않았다”며 “제약사 연구소는 석사 출신 약사 위주로 뽑아 약사가 아닌 사람이 들어가는 건 드물었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은 남자도, 약사도, 박사도 아닌 29세 여성이 대웅제약(069620)에 들어간 것을 ‘기적’이라고 했다.

힘들게 들어간 대웅제약에서 그는 지금도 회자되는 ‘사건’을 남겼다.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항산화 물질 코엔자임Q10을 ‘코큐텐’이라는 이름으로 제품화했다. 우루사 원료 개발에도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제2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코큐텐은 최 의원의 “지루함을 못 견디는 성격” 때문에 탄생했다. 그는 “저는 삶이 무료하다고 느낄 때 항상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며 “당시에도 제네릭(복제약)만 맨날 하니까 너무 일이 재미없었다”고 웃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최 의원은 성공도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미운 오리 새끼”일 뿐이었다. 그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하니까 나중에는 오기밖에 안 남았다”며 “팀원 5명이 똘똘 뭉쳐 원료 공급 업체까지 직접 수소문해 찾아다니면서 24시간 일했다”고 회고했다. 출산 직후 한 달 만에 복귀해 탱탱 부은 상태에서 일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결국 최 의원은 1년 6개월 만에 코큐텐 개발에 성공한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18단계에 달하는 정밀한 합성·제조 공정 단계를 한 단계 한 단계 구축한 결과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최 의원은 “선진국에서는 항산화제로 이미 다 먹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왜 허가를 안 내주냐”며 세계 임상 논문들을 근거 자료로 보냈다. 식약처를 끈질기게 쫓아다닌 끝에 허가를 받아냈다.

코큐텐 덕분에 대웅제약의 원료의약품 관계사인 대웅화학은 만년 적자에서 국내 원료의약품 1위 기업이 됐다. 2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1년 만에 4만 원을 깨고 올라갔다. 보수적인 제약 업계에서 10년 만에 연구소장으로 승진한 이유다. 최 의원은 40대에 최연소, 제약 업계 최초의 여성 임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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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은 인터뷰 내내 “운이 좋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실제로 코큐텐 열풍 당시 대외적인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몰린 것도 사실이다. 그는 “운칠기삼도 맞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한테는 기회도 오지 않는다”며 “코큐텐 성공이 단순히 우연이 아님을 그 이후에도 입증해왔다”고 했다. 그의 운은 주어진 게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낸 것이었다.

최 의원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마음으로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2년 약가 일괄 인하로 연구개발(R&D) 비용이 부족해져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임상 프로젝트, 범부처 임상 과제 등 400억~500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받아내 위기를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대체 최수진이 누구냐’며 찾아왔고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아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산업부에서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의료 빅데이터 통합을 해냈다. 산업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 매니징디렉터(MD) 시절,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공통데이터모델(CDM)을 구축해 의약 R&D 인프라를 깔았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국 65개 의료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개인식별 정보가 가려진 통계분석 형태로 들여다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최 의원은 “당시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가 한창 붐이었다”며 “데이터가 가장 많이 쌓인 곳이 어딘지 자문해봤을 때 답은 병원이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과 병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포맷이 전부 달라서 의료 통계 데이터가 따로 존재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의료 데이터 표준화는 의료법·개인정보보호법 등 넘어야 할 장벽들이 많았다.

최 의원은 발상의 전환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개인정보가 아닌 통계로 데이터에 접근했다. 환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원본 데이터가 아닌 분석 결과값만 제공해 정부와 병원·학계 등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 증상에 맞는 약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고 지역 간 의료 격차도 줄일 수 있는 길이었다. 설득 단계만 남았다. 그의 설득 비결은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최 의원은 “빅5 포함 병원 30곳을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의 고충을 듣고 일대일로 설득했다”고 했다. 대학과 병원을 상대로는 연구의 쓰임새를 어필했다. 정부를 상대로는 “플랫폼을 까는 일이 정부의 진정한 R&D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그의 ‘도전 본능’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2018년 OCI 부사장으로 바이오 신사업을 총괄했고 2021년에는 바이오 벤처인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이끌었다. 국회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한국공학대 특임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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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자 출신으로 전통 제약사, 정부, 바이오 벤처, 대학교수까지 경험한 그가 국회에 입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 의원은 “정계 입문 제안을 받았을 때 ‘이제 뭐 하고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며 “제약·바이오 산학연을 다 거치면서 결국 마지막에 부딪힌 것은 항상 법과 제도였다는 것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제약·바이오 현장의 목소리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은 그의 인생에도 시련은 있었다. 아들이 7세 때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은 것이다. 최 의원은 “딱 한 달 울었다”며 “일에 미쳐 살았던 제가 처음으로 일을 관둘까 고민했다”며 당시 감정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상황을 헤쳐나갔다. 최 의원은 “1년 동안 주말마다 정신과에 가서 아이랑 노는 법, 마음 읽는 법, 대화하는 법 등 육아 상담을 받았다”며 “코큐텐 개발하듯 ‘아이 학교 보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아이의 대근육 발달을 위해 수영장에 데려가고 손가락 등 소근육 발달을 위해 피아노 선생님을 수소문했다. 책상 앞에 10분도 앉아 있지 못했고 접영을 배우는 데만 7년이 걸렸던 아이는 현재 전국장애학생수영대회 3관왕이자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대생으로 자랐다.

최 의원은 “엄마라서 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저는 끈기가 없어서 한 달 이상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며 “하지만 아이는 일곱 살 때부터 18년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수영장에 데려다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장애아를 키워낸 경험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양분이 됐다. 그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체감했을 정도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장애인 취업, 워킹맘 관련 법안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는 국회에서 유명한 ‘열정 부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지만 상임위원회를 넘나들며 제약산업육성법·합성생물학육성법안 등을 적극 발의하고 있다. 한 분야에만 국한할 수 없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국회의원 연구 단체인 ‘국회 AI와 우리의 미래’ 공동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또 ‘제약·바이오 산업의 AI 대전환 토론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제도적 지원을 위해 ‘AI디지털바이오육성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다.

바이오 벤처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거친 최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벤처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에 대기업이 자금 지원을 해주고 지원액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출연금에 의존한 국가 예산 지원 방식과는 차별화된 융자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기업에 R&D를 위한 자금을 대출 형태로 우선 제공하고 향후 기업이 성과를 거두면 상환하는 방식이다.

최 의원의 정치철학은 ‘쓰임 정치’다. 쓸모에 맞는 실용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는 “지속 가능한 바이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을 그리는 게 4년 뒤 목표”라며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윈윈’ 생태계를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She is··· △1968년 서울 △영등포여고 △경희대 화학과 △경희대 자연과학대학원 유기화학 석·박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MBA 경영학 석사 △1995년 대웅제약 연구본부장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 신산업 MD △2018년 OCI 바이오사업부 부사장 △2021년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2023년 한국공학대 특임교수 △2023년 한국바이오경제학회 부회장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이정민 기자 mindmin@sedaily.com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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