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명태균씨와의 전화통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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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 국회 의결로 해제된 뒤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2, 3차 계엄령을 선포하면 된다”며 군에게 국회 장악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은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총을 사용해서라도 (국회) 문을 부수라”고 언급하는 등 국회 장악 목적을 여실히 드러내는 등 내란죄 구성요건이 충족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의 수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1시3분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의원이 190명이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것”이라며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 국회가 4일 새벽 1시1분 여야 국회의원 190명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는데 2분 뒤 국회 현장을 지휘하던 이 사령관에게 ‘추가 계엄령을 선포하겠다’며 국회 장악을 거듭 채근한 것이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기획했을 가능성에 대해 ”관련 내용은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수방사 병력을 통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저지할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이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적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 사령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아직도 (국회에) 못 들어갔냐”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아직도 못 갔냐, 뭐 하고 있느냐”고 질책하면서 “문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 끌어내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며 구체적으로 국회를 장악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장관도 이 사령관에게 수시로 전화해 “왜 안 되냐” “왜 못 들어가냐”며 윤 대통령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조지호 전 경찰청장을 통해 경찰이 해제의결을 하지 못하도록 국회 봉쇄를 지시한 사실도 적시됐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이 발령된 3일 밤 11시25분부터 국회의 해제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 전 청장에게 전화해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에게 전화해 조 전 청장에게 “포고령 내용을 알려줘라”고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은 박 총장을 통해 조 청장에게 “국회에 경찰을 증원하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 달라”는 요구사항도 전달했다.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과 관련한 윤 대통령 지시 내용도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담겼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10명에 대한 체포 및 구금을 지시하면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의 진술 내용은 인적, 물적 증거를 통해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과, 공모자인 김 전 장관 등이 비상계엄 전후의 행위로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되면서 형법상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위헌·위법한 포고령 발령하고 무장한 군과 검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했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저지하려고 시도,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가 확인됐다”며 윤 대통령 등의 행위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해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에 근거해 다수의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민주당사, 선관위 등 일대의 평온을 해했다”며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회의원 등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침해하려 하고,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자 했으므로 ‘폭동을 일으킨 것’에 해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 쪽은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다시피 한 공소장” “더불어민주당의 지침을 종합한 결과 보고서를 공소사실로 구성한 픽션”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재판에 앞서 예단을 촉발하고 부족한 증거를 여론선동으로 채우려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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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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