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민주 없는 민주동덕’ 집회가 열렸다.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8곳 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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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 어렵구나 싶었지만,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나는 하나가 아니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구나. 여러분도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긴 싸움과 혐오에 지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성신여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여성 시민이 27일 오후 서울지하철 혜화역 근처에서 열린 ‘민주 없는 민주동덕’ 집회에서 한 말의 일부다. 이날 집회는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8곳이 연합해 주최했으며, 학생·시민 2500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여했다. 지난달부터 동덕여대에선 공학 전환과 비민주적 대학 행정에 반발한 학생 시위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밖 거리에서 처음 열린 집회에 재학생 아닌 여성 시민들의 참여가 줄을 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등 시국 집회, 남태령 농민 시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이동권 시위 등에 참여·연대하는 움직임이 동덕여대 학교 규탄 집회에도 이어진 것이다. 홍시(별명·15)씨와 사과(별명·15)씨는 방석, 마스크, 손난로, 응원봉 등이 들어있는 “시위 가방”을 둘러메고 혜화역 시위 현장을 찾았다. 사과씨는 한겨레에 “원래 동덕여대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외부인도 참여할 수 있는 집회를 연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홍시씨는 “시위에는 머릿수를 채우는 인파가 중요하니까, (도착 시간이) 늦더라도 힘을 보태려고 (현장에)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민주 없는 민주동덕’ 집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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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민주 없는 민주동덕’ 집회가 열렸다.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8곳 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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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에 참여한 여성 시민들의 응원봉. 김효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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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학생 시위는 ‘12·3 내란 사태’ 이전에 시작됐다. 학교 본부가 경찰 고소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와중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성·여대·페미 혐오’가 중첩돼 시위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인, 공공기관 이사장, 기업가 등도 이에 편승하는 부적절한 언행을 이어갔다. 한 여성 시민은 무대 발언에서 “저를 비롯한 많은 여성이 계엄 전후 동덕여대 상황을 보면서 도울 방법을 찾고자 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온라인, SNS 활동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연대 활동만으로는)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기에 이 자리가 소중하다”며 “제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다. 여러분과 끝까지 싸울 테니 힘들고 지치면 언제든 도움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혜화역 인근 카페에는 동덕여대 시위 참여자들을 위한 식음료 ‘선결제’도 잇따랐다.
내란 사태로 민주주의의 소중함이 더욱 커진 시국은 동덕여대 학생들 또한 ‘앞서 싸우고 있던 사람들’로 위치시켰다. 한 이화여대 재학생은 연대 발언을 통해 “우리 중 대부분이 윤석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묵살당한 경험이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광장 시민들의 피눈물을 무시하고 내란범의 ‘아바타’처럼 움직이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겪는) 목소리를 탄압당하는 고통에 대한민국 시민들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는 한 학생도 “지금 거리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청년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시국 전에도 선두에서 싸웠던 대학생 중 하나가 동덕여대생”이라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는 건 여기 학생들”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가 열렸다.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8곳 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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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를 주최한 동덕여대 중앙동아리 8곳(연극동아리 극예술연구회, 영화제작동아리 ㄲ5, 만화창작동아리 루루, 국궁동아리 비전, 교육봉사동아리 콩콩, 사진동아리 푸른자리, 게임개발동아리 NPC,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 SIREN)은 성명문을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손해배상과 형사고소로 겁박하는 대학본부를 규탄한다”면서 △학생과의 원활한 소통 창구 즉각 마련 △공학 전환 추진 철회 △총장직선제 시행 △민주적인 행정 절차 보장 등을 학교 쪽에 요구했다. 한 동덕여대 재학생은 무대 발언을 통해 “학교 입맛대로 만들어버린, (학교에) 순응하기만 하는 학생들은 사회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학교는 ‘세상을 바꿀 그대, 동덕에서 피어나라’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으면서 (학생들이) 학교마저도 바꾸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시위를 멈출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은 학교가 학생 요구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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