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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멍텅구리]南·北極 정복한 아문센은 ’노르웨이 멍텅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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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네컷만화 ‘멍텅구리’ 744편 수록한 단행본 나와

조선일보

1911년 12월 세계최초 남극점을 정복하고, 1926년 5월 북극점을 비행한 아문센. 당대 조선에서도 인기였다./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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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출신 세계적 탐험가 아문센은 1920년대 조선에서도 스타였다. 남극점을 세계 최초로 정복(1911년)하고 북극점을 비행기로 횡단(1926년)한 활약을 신문, 잡지에서 앞다퉈 다뤘다. 국내 첫 네컷 연재만화 ‘멍텅구리 세계일주’에도 아문센이 등장한다.

비행기 세계일주에 나선 멍텅구리 일행을 맞은 노르웨이인이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조선 멍텅이요? 우리 멍텅이는 애문센(아문센)이란 사람이요, 대체 북극이니 남극이니 떠들고 다녀 발견해야 무엇을 하는 게요?’ (멍텅구리 세계일주 100 놀위멍텅, 1926년5월26일자 만화보기 https://archive.chosun.com/cartoon/mtguri/mt2_content_wide.jsp?tid=mt150100001&tno=A) 북극 탐험이 갖는 효과와 의미를 헤아릴 길 없는 조선의 대중을 겨냥한 설정이다.

조선일보

최멍텅, 윤바람 일행이 아문센 뒤를 이어 북극점을 탐험한다는 내용의 네컷만화 '멍텅구리 세계일주'. 조선일보 1926년5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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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텅구리의 북극탐험

최멍텅과 윤바람은 비행기로 아문센이 지나간 북극을 탐험하겠다며 날아가다 착륙한다. 북극점 자리에 눈을 뭉쳐 멍텅이 동상을 세우고 이렇게 썼다. ‘1926 멍텅과차(過此)’. ‘멍텅구리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다. 1926년 5월25~29일 나흘치를 아문센과 북극탐험에 할애했다. 물론 허구지만 식민치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지식인들의 노력과 의기가 엿보인다.

아문센은 1926년 5월 비행선으로 북극을 횡단했다. ‘북극탐험을 떠난 아문센 대좌 일행을 태운 놀개호(號)는 가솔린과 그외 12톤의 무거운 짐을 싣고 ‘킹스베’를 출발하야 이래 71시간만에 북극을 횡단하야 비로소 ‘테다’에 착륙하였다.’ (북극지방은 순전한 빙원인가, 조선일보 1926년5월18일) 아문센의 비행은 베일에 쌓인 북극의 비밀을 밝힌 탐험이었다. 알래스카 북쪽엔 육지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아문센의 북극점 횡단은 시시각각 뉴스로 소개됐을 뿐아니라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됐다. 이 다큐는 북극점 횡단 다음달인 1926년 6월26일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아문센 만난 영친왕 부부

조선일보

1927년 11월 오슬로를 방문한 영친왕(오른쪽에서 두번째)은 아문센(왼쪽에서 두번째)을 초대해 극지 탐험 모험담을 들었다. 아문센은 이로부터 7개월 뒤 북극에서 실종됐다.


1927년 11월 노르웨이를 여행하던 영친왕 부부도 아문센을 만났다.아문센을 초대한 영친왕은 그가 북극탐험 때 가지고 온 에스키모의 가구와 어구, 의복을 구경했다. 아문센은 영친왕을 만난 이듬해인 1928년 6월 북극점을 탐험하러 간 이탈리아 원정대를 구하러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 ‘멍텅구리’ 744편, 책으로 출간

조선일보

1924~1933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국내 첫 네컷 연재만화 '멍텅구리' 단행본이 나왔다. 김동성, 이상협, 안재홍이 기획, 구상하고 노수현, 이상범이 그렸다. 최고의 지식인, 예술가들이 협업한 공동창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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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교수 팀이 최근 출간한 책 ‘멍텅구리’(그숲)엔 아문센은 물론, 비폭력저항운동 지도자 간디, 모로코 독립운동가 아브드 엘 크림, 이탈리아 파시스트 지도자 무솔리니 등 한 세기전 뉴스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조선일보가 지난 10월 ‘멍텅구리’ 연재 100년을 기념, 조선닷컴을 통해 전편을 공개한 데 이어 ‘멍텅구리’ 연구작업을 맡은 전봉관 교수팀이 책으로도 펴낸 것이다. 전 교수 팀은 네컷 만화 이미지를 탐색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 옛날 지면 곳곳에 흩어져 있던 ‘멍텅구리’ 연재물을 744편을 찾아내고 현대어 풀이와 주석까지 달았다.

846쪽 두툼한 이 책엔 1924년 10월13일 시작, 1927년 8월20일까지 연재됐고, 1933년2월 26일 재등장, 그해 8월2일 마지막을 장식한 ‘멍텅구리’ 744편이 담겨있다. ‘헛물켜기’ ‘연애생활’ ‘자작자급’ ‘가정생활’, ‘세계일주, ‘꺼떡대기’, ‘가난사리(살이)’, ‘사회사업’, ‘학창생활’, ‘또나왔소’ ‘모던 생활’ ‘기자생활’ 등 시리즈 12개다. 100년 전의 식민지 조선의 맨 얼굴을 담은 생생한 기록이다. 만화, 영화, 언론사는 물론 근대사 분야에서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1차 자료다.

◇최고 지식인, 예술가의 합작품

‘멍텅구리’는 미국 유학파 언론인 김동성(발행인)이 기획하고, 당시 신문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협(편집고문)과 민세 안재홍(주필)이 스토리 구성을 맡았다. 산수화 대가인 심전(心田) 안중식의 양대 제자인 심산 노수현과 청전 이상범이 만화를 그렸다. 노수현과 이상범은 한국화를 정통으로 배운 예술인들이었다. 노수현은 광복 후 서울대 미대 교수를 지내며 후학을 길렀고, 이상범 역시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 작가로 떠올랐다. ‘멍텅구리’는 당대 최고 지식인, 예술가들이 만든 공동 창작품인 셈이다.

<멍텅구리 만화 보러가기 https://archive.chosun.com/cartoon/toon_comics.html>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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