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연구원 일제히 내년 반도체 업계 부정전망 내놔
반도체 최대 수출국 美 자국 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강화
23일 <메트로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날 주요 경제연구소 등이 발표한 내년 1분기 경기 전망에서 특히 반도체 부문의 부정적 전망이 두드러졌다. 이날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EBSI)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EBSI에서 특히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반도체 EBSI는 올해 1~4분기 103.4, 148.2, 125.2, 135.2 등으로 기준선을 크게 웃돌았으나, 내년 1분기 전망치는 64.4로 주저앉았다. 수출 경기 전체 EBSI는 96.1이다. EBSI는 100을 상회하면 긍정적 전망, 하회하면 부정적 전망으로 본다.
같은 날,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5년 수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도 전기전자 분야의 수출 증감률은 1.5%에 머물렀다. 전체 수출 전망치는 올해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협 보고서는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를 통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사를 대상으로 작성되었다.
주요 보고서와 업계가 반도체 부문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유세 시절부터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보다 더 강도 높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한경연 조사에서도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 부진 이유로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39.7%), '관세 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등을 꼽았다. 미·중 갈등에 따른 관세 부과 및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내년 수출 여건이 가장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미국(48.7%)과 중국(42.7%) 순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의 허슬비 연구원은 "주요 수출 기업들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출 기업들은 주요국 통상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원자재 수급 관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수출에 먹구름이 끼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맹추격도 내년 반도체 업계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중국 1위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선단 D램 제품은 DDR5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삼성전자는 2021년 DDR5 양산을 시작한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DDR4 공정을 모두 DDR5와 HBM으로 전환했다. 중국기업의 저가 범용 메모리 공세를 피해 HBM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략은 튼 것이다. 그러나 CXMT는 이미 2세대 HBM 라인까지 구축해 우리 기업을 바짝 따라오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 CXMT가 3세대 HBM 양산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는 만큼 곧 프리미엄 라인에서까지 우리 기업이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다행히 대선 이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삼성과 하이닉스의 반도체 법(CHIPS Act)에 따른 지원금은 확정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당선 후까지 계속해서 바이든 행정부가 입법, 수행 중인 반도체 법에 대해 비난해 우리 기업의 수혜 여부가 위태로웠다.
반도체 업계의 복잡해진 셈법과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두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관계자는 "반도체 법에 의해 선정될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에 적극 참여해 미국 주도의 기술 개발 협력 체계에 편입하되, 다른 국가와 독자적인 협력 체계 구축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며 "반도체 제조 기술이 동맹 보호 조치를 이끌어내는 '생존 기술'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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