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당국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가 활주로 안에서 멈추지 못하는 이른바 ‘오버런’을 일으켰다. 결국 활주로 외벽에 충돌란 뒤 화재가 발생하면서 큰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측된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구조물 등을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파손된 기체 인근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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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너무 짧아서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공항이 아닌 활주로가 더 긴 다른 공항이었으면 사상자가 줄어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활주로 길이가 짧으면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 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조종사의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항공기 사고 원인이 다양해 활주로 외의 문제로 인한 사고 확률이 크고, 일정 수준 이상의 활주로 길이만 확보돼 있다면 이·착륙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무안공항의 활주로는 2800m로, 사고가 일어난 항공기와 유사한 크기의 C급 항공기들이 계속 운항해왔던 공항”이라며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2800m)는 인천국제공항(3750∼4000m)이나 김포국제공항(3200∼3600m) 등 대형 공항보다는 짧지만 주변 지역의 공항들과 비교하면 평균 이상이다.
호남권에서는 광주공항의 활주로가 2835m로 가장 길고, 군산공항과 여수공항은 각각 2746m, 2100m의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다. 호남권을 벗어나 다른 국제공항을 보더라도 청주국제공항이 2743m, 대구국제공항 2750m, 양양국제공항 2500m로 무안공항보다 짧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구조물 등을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파손된 기체 인근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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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공항 중에서는 김해국제공항(3200m)과 제주국제공항(3180m), 광주공항(2835m) 정도만 무안공항보다 긴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사고 직후 정부세종청사 6층에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설치하고, 무안공항 현장에 사고 조사반을 급파했다.
사고 조사반에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조사관 7명과 항공기술과장, 감독관 등이 포함됐다.
향후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일부 목격자의 증언처럼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에 불꽃이 튀고 동력 상실을 겪었다면 다른 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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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주장하는 해상 착륙 시나리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바다 위는 강이나 호수에 비해 수면 상태를 파악하기 훨씬 어렵고 이 때문에 안전한 착륙 가능성도 희박하다. 해수와 접촉할 때 항공기 동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고 빠르게 침수될 수 있는 만큼 대피 시간도 제한적이다. 착륙 예상 지점 인근에 구조선 등 장비와 인원이 대기하고 있지 않을 경우 생존자를 구조하기 어렵고, 사고 이후 방대한 수준의 해양 오염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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