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로 랜딩기어 고장→복행→동체 착륙 시도 중 사고 추정
활주로를 벗어나 오버런 하면서 사고 일어난 것으로 보여…활주로 짧았나
활주로 끝에 있어선 안되는 ‘둔턱’ 가능성도 제기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인명 구조를 하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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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이영기 기자]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버드스트라이크로 촉발된 연쇄작용으로, 항공기가 바퀴를 내리지 못할 정도의 문제 상황에 빠진 것으로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공항당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이날 오전 8시 30분에 무안항공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사고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해 결국 동체 착륙을 시도,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기체의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 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울타리 외벽에 기체가 그대로 부딪힌 것이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외벽 충돌 직후 큰 폭발도 일어났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원인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 때문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운항 중 조류 충돌이 일어나 엔진 이상이 발생하고, 이후 착륙 실패로 복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공에서 항공기에 불이 붙은 영상도 확인됐다. [MBC 뉴스특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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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상공에서 항공기에 이미 불이 붙은 영상도 확인됐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권보헌 교수는 “상공에서 비행기에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으로는 엔진에 불이 붙은 것 밖에 없는데,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 부분이 손상돼 항공기의 유압계통이 고장나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인찬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오버런(overrun)하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최 교수는 “지상에서 소방 및 응급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동체 착륙에 대해서 관제탑에 알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체 착륙 당시 속도가 170~180km/h 정도 됐을텐데 개방구역(clearway)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방어벽에 추돌하면서 방호벽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무안 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짧은 것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km 정도로 인천국제공항(3.7km), 김포국제공항(3.6km)에 비해 800~900m 정도가 짧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인명 구조를 하는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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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활주로 끝에 법적으로 있어선 안 되는 ‘둔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MBC에 출연해 “현장 영상을 보면 비행기 꼬리만 남아있는데, 보통은 오버런을 해도 동체 자체가 활주로 끝에 멈추거나 하는데 활주로 끝단에 둔턱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걸 고속으로 올라타서 항공기와 동체가 분리되지 않았을까 추정되고, 바로 화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승객들도 탈출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체 착륙에 대한 교신이 이뤄졌다면 활주로에 폼 소화약재로 화재를 예방했어야 하는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제탑과 교신을 하면서 비상상황을 알렸을텐데 그렇다면 공항소방대가 와서 대기를 하고 폼 소화약재를 뿌렸어야 하는데 그런 장면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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