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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내란 수습’ 권한대행은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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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선포한 비상계엄을 해제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국회가 4일 새벽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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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 논설위원

우리 헌법의 대통령 권한대행 규정은 12·3 내란 같은 ‘친위 쿠데타’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 내란 우두머리의 수하였던 총리·부총리가 대신 대통령 행세를 하다니, 이 무슨 언어도단인가. 설사 대통령의 사망·질병 등 일반적 유고 상황일지라도,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인물이 국가 원수를 대행하는 건 민주적 정통성 원리에 위배된다. 다른 민주국가들에서 의회를 중심에 둔 대통령 권한대행 제도를 두는 이유다.



미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는 부통령이다. 부통령은 대선 러닝메이트로 국민이 선출하며, 상원의장을 겸한다. 2순위는 하원의장이다. 3순위는 상원임시의장(명목상 상원의장인 부통령을 대신해 평소 상원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직책)이다. 그다음이 국무·재무·국방 등 장관들이다. 적어도 1~3순위는 국민의 직접 선출이라는 민주적 정통성을 갖춘 인물들이다.



프랑스 헌법 역시 상원의장을 1순위 권한대행으로 지정하고 있다. 2순위가 ‘행정부’다. 이원집정부제로 우리보다 강력한 총리가 있음에도 1순위 권한대행은 의회에 맡긴 것이다. 상원의장이 궐위인 경우 새 의장을 선출하면 되므로 2순위까지 내려갈 일도 없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유사하다. 포르투갈의 1순위 권한대행은 의회의장이고, 2순위는 ‘의회의장의 대리인’으로 규정돼 있다. 루마니아는 1순위 상원의장, 2순위 하원의장, 폴란드는 1순위 하원의장, 2순위 상원의장이다.



의회 중심의 변형된 권한대행 제도도 있다. 오스트리아 헌법은 유고 시 대통령 업무를 일단 총리에게 이관하지만, 유고 상황이 20일 이상 지속되거나 탄핵소추됐을 경우 하원의장과 2명의 부의장이 협의체를 구성해 다수결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아일랜드 헌법은 대통령 궐위 시 대법원장·하원의장·상원의장으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권한대행 1순위를 대통령과 함께 선출되는 부통령에게 부여하되, 부통령도 궐위가 되면 다음 권한대행직 수행자는 의회가 결정한다.



상징적 존재에 그치는 독일 대통령도 궐위 시 권한대행은 연방상원의장이 맡도록 기본법에 규정돼 있다. 민주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튀르키예도 권한대행은 국회의장이 맡는다. 우리처럼 총리가 권한대행을 하는 나라로는 대표적으로 러시아가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 의결로 계엄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77조) 친위 쿠데타를 저지할 방도를 마련해뒀지만, 그런 짓을 저지른 대통령이 탄핵소추될 경우 한통속인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이 권한을 대행하게 한 것(71조)은 개헌 과정의 명백한 실수였다.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절대시됐던 독재 시대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국무위원이 위헌적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이를 결사적으로 막지 못한 것만으로도 이들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장관도 아닌 법무부 감찰관이 계엄 당일 불법적 계엄 관련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그 자리에서 사직했다. 그 정도 사리분별과 결단력도 없이 어떻게 일국의 장관이랍시고 고개를 들고 다니나. 하물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개 발에 편자다. 한술 더 떠 한덕수 총리처럼 여전히 내란 우두머리의 부하처럼 구는 권한대행은 내란 방조범 이상이 아니다. 그런 권한대행은 두번, 세번, 네번 탄핵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내란을 막아낸 것은 국민과 국회였다. 지금 민주적 정통성을 지닌 유일한 국가기관은 국회다. 비록 헌법의 흠결로 인해 얼치기들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이 헌법적 혼란과 국가적 위기를 타개해나갈 민주적 권위는 오로지 국회에 있다. 국회가 주권자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고, 국회의장이 실질적 대통령 권한대행과 같은 권위를 가져야 한다. 발포 명령까지 내린 내란 우두머리가 탄핵소추됨으로써 민주적 정통성을 상실한 행정부는 국회를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는 헌법의 지상명령에 따라 헌정을 회복하는 길이다.



헌법 71조는 수정돼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 탄핵 조항(65조·111조)도 바꿔야 한다. 9명의 법조인에게 대통령 탄핵과 같은 주권적 결단의 최종 결정권을 맡기는 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지면 국민투표를 통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할 권한은 주권자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같은 나라의 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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