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가 제대로 내려오지 않은 것을 물리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무안공항 관제탑도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준 것으로 국토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사고 여객기는 조류 충돌 경고 1분 후에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고 이후 5분 만에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 58분께 사고기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 이후 사고기는 오전 9시께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이후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처음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주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며 "그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줘 조종사가 수용하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동영상 등을 보면 해당 항공기는 바퀴에 해당하는 랜딩기어 3가지가 모두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는 정황이 나온다. 항공 전문가들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 사고의 물리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화재 원인을 두고는 바퀴 없이 기체를 바닥에 대고 착륙해 마찰로 일어났다는 해석과 랜딩기어 등 브레이크 장치 미작동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해 발생했다는 '오버런' 분석이 맞서고 있다.
장승철 전 대한항공 기장은 "앞바퀴가 안 나오면 착륙을 못 하니까 애초에 복행을 한 것"이라며 "동체가 바닥에 닿으면 순간 불꽃 튀고 화염이 나지만 그런 장면은 없어 결국 정지하지 못해 발생한 오버런 사고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동영상을 보면 랜딩기어가 안 펴지고, 속도가 거의 줄지 않으면서 충돌했다"며 "비행기는 여러 브레이크 장치가 있는데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엔진이 역추진하며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날개 위판들이 들려야 하는데 이것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조류 충돌이 비행기 엔진, 유압장치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항공기에 새가 충돌할 때 큰 충격이 가해지는데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짜리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새들이 엔진으로 들어가면 엔진도 망가지고, 거기에 연결된 유압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유압 시스템이 이착륙할 때 랜딩기어를 올리고 내리는데 그 부분이 망가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고기를 운항한 2명의 조종사는 기장의 경우 6823시간, 부기장의 경우 1650시간의 비행 경력이 있었고, 각각 2019년 3월, 지난해 2월 현 직책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 과실 여부를 따지려면 감속할 수단이 있는데도 안 한 것인지가 전제 돼야한다. 감속은 주익 양 끝단에 붙어있는 에일러 론, 엔진 역추진, 바퀴 제동이 있다. 바퀴 제동은 랜딩 기어 고장으로 하지 못했을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유압 계통인데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며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한 후 충돌까지 짧은 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그건 연료를 버릴 시간도 없었다는 의미"라고 추정했다.
김종암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을 보니 조류로 추정되는 것과 충돌하면서 국소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며 "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항공기와 관제탑이 교신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으면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에 탑재된 2가지 블랙박스 가운데 비행기록장치를 수거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음성기록장치는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사고 상황과 원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국토부는 일각에서 무안국제공항 짧은 활주로가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이전에도 크기가 유사한 항공기가 계속 운행해 왔다"며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5년간 국내 공항에서 버드스트라이크가 총 623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2019년~2024년 상반기) 동안 국내 공항에서 버드스트라이크가 총 623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9년 108건 △2020년 76건 △2021년 109건 △ 2022년 131건 △2023년 152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 1월에도 청주공항과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 중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하는 등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47건이 보고됐다.
아주경제=특별취재팀 김윤섭 기자 angks67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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