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서로 감싸 안고 일출을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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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렇게 기다리고 계시니까, 트라우마 상관없으니까 그거라도 제발 부탁 한번 드릴게요.”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나흘째인 1일 오전 무안공항 2층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한 희생자 유족이 “누나를 한번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 유족은 “형과 아버지만 (희생된) 누나 얼굴을 봤다. 나도 그냥 (온전하지 않은 상태라도) 손가락이라도 보고 싶다. 진짜 힘드시겠지만, 나라에서 많이 좀 지원 좀 해주시라”고 했다.
유족들과 자원봉사자들, 취재진까지 이 유족의 호소에 눈물을 훔쳤다. 당국에선 “속 타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희생자 주검 확인이 가장 우선이다. (이미 희생자를 만난 유가족이) 한 번 더 가족을 보는 문제는 유가족 대표단하고 상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희생자 유족들은 참사 현장에서 수습한 ‘주검 편(조각)’의 디엔에이(DNA) 검사 결과가 늦어지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족은 “저는 가족 셋을 잃은 가장이다. 어제 아침에 말씀하셨을 때 27분(명)에 대해서 디엔에이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어젯밤 기다렸는데 또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당국은 “인력 236명을 동원했는데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유족들은 주검 인수가 늦어져 장례식에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했다. 한 유족은 “거기서 장례 절차를 준비하도록 했다. 주검이 온전하지 못해도 인계하겠다고 했는데, 늦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179명의 숨진 제주항공 참사 나흘째인 1일 오전 무안공항 2층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정대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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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당국은 제주항공 참사로 숨진 179명 주검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전자 신속 판독기와 검안의를 현장에 투입해 유족들의 디엔에이 검체를 채취해 신원확인을 마쳤다. 다만, 참사 현장에서 수습한 606개의 ‘주검 편’의 디엔에이를 여전히 분석하고 있다. 디엔에이 감식 결과가 모두 나와야 희생자 주검을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정도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당국에선 “첫날 32명, 오늘 50명, 내일 65명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슬픔 속에 새해를 맞은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 인근 현장과 주검이 임시 안치된 격납고 등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179명의 희생자 가족 4명씩 모두 700명이 참석한다.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족 대표는 ”참사 현장 인근에 떡국과 과일로 간단한 새해 차례상을 차렸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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