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추락 사고]
사망자 신원 확인 대기하는 탑승객 가족들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곳곳서 비명·눈물
9일 오후 5시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국제선 도착 게이트 앞은 추락한 비행기 탑승자 가족들의 절규로 아비규환이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태국에서 출발한 제주공항 여객기가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다 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공항 로비에서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과 지인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신원 확인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자 가족들이 소방 당국의 사망자 명단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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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로비의 한 구석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A씨는 남편과 단둘이 태국 여행을 다녀온 둘째 딸의 생사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국토교통부 측에서 확인해 준 사망자 신원 명단에서 딸의 이름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라며 망연자실했다.
A씨에게 둘째 딸은 성실하고 살갑게 자신을 챙기는 존재였다. 최근에도 딸과 함께 본가에서 김장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A씨는 “최근에 감기에 걸려서 너무 아팠는데 딸이 도라지즙을 챙겨줬는데, 이제야 먹기 시작했는데…”라고 말을 끝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딸한테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왜 일요일에 오느냐’고 하니까 월요일에 출근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둘째 딸의 남동생인 27세 남성 B씨도 마찬가지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누나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불안한 듯 손톱을 뜯고 있었다. B씨는 6살 터울이던 누나는 자신에게 상냥하고 잘 대해주던 따뜻한 심성이었고, B씨도 그런 누나를 잘 따랐다고 한다. B씨는 “어젯밤에 오늘 한국으로 온다고 연락했는데…”며 불안한 듯 고개를 떨궜다.
이날 두 사람 외에도 무안 공항은 탑승자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의 유가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실시간으로 사망자 명단이 불리자 곳곳에서는 비명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사망자 명단 확인이 늦어지자 “서너 시간을 그렇게 기다렸는데 도대체 언제 다 되는 거냐” “당신들의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이럴 수가 있느냐”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소방과 국토교통부 등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35분 기준 174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5명은 여전히 수색 중이다. 기체 후미에 있던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이날 사고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오전 8시 30분 쯤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착륙하지 못하고 외벽을 들이받으며 벌어졌다. 당국은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 등을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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