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참사]조류충돌 후 비상착륙 중 활주로 외벽 충돌
광주시민 81명·전남도민 76명 등 시도민 피해 커
29일 오전 9시 7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하고 있다. (전남 소방 제공) 2024.12.2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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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뉴스1) 박준배 박영래 전원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전남 무안 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비상 착륙 도중 활주로 외벽을 충돌한 뒤 폭발해 177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29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이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항공기는 보잉 737-800기종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175명 중 한국인은 173명, 태국인은 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 충돌 1분 후 '메이데이'…2분 후 착륙 과정서 충돌
국토교통부 공식브리핑을 종합하면 여객기 사고는 조류 충돌 주의 경보가 나온 3분 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제탑의 조류 주의 경보 1분 뒤 항공기가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요청했고, 2분 후 19번 활주로로 착륙하는 과정서 공항 외벽에 충돌했다.
이 시각 탑승객 한 명은 가족에게 문자를 보내 '조류 충돌' 상황을 알렸다. 탑승객 가족 A 씨는 뉴스1과 만나 "가족이 오전 9시쯤 '새가 날개에 끼어서 착륙을 못 하는 중'이라는 문자를 남겼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을 밝힐 열쇠인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블랙박스는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석 음성 기록 장치(CVR) 두 가지로, 이 중 FDR를 회수했다. FDR은 비행 중의 항공 정보를, CVR은 조종실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를 저장한다.
국토부는 음성 기록 장치를 추가로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할 방침이다.
객실 승무원 2명 구조, 사망자 177명 수습…실종 2명 수색 중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6시 57분 기준, 제주항공 탑승객 181명 중 생존자 2명을 구조하고 177명의 사망자를 수습했다. 생존자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남은 2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야간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국은 현재까지 지문 대조 등의 방식으로 60명의 사망자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성년자의 경우 지문 대조를 통한 신원 확인이 어려워 DNA 분석법이 사용된다.
당국은 현장 상황상 사망자의 신원 확인 절차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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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181명 중 광주·전남 시도민은 157명
무안 국제공항은 광주·전남에서 주로 이용하다 보니 희생자 상당수는 시도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민은 81명, 전남도민 76명, 서울시민 3명, 경기도민 4명, 전북도민 6명, 제주도민 2명, 충남과 경남도민 각 1명이다.
광주 시민 중에는 기아차 공장 직원과 가족 5명, 기아타이거즈 직원과 가족 2명, 여행사 대표와 직원 등 4명 등이 포함됐다.
전남은 전남도청 산하기관과 전남도교육청, 목포시, 화순군, 담양군 등 공직자 13명이 탑승했다.
전남교육청은 소속 공직자 5명, 목포 한 초등학교와 화순 한 고등학교 학생 등 현장 학습에 나선 3명, 10대 미만 학생 9명 등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도 출연기관 연구원 2명, 화순군 전현직 공무원 8명, 담양군 현직 공무원과 자녀 2명 등도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소속 조합원 17명과 가족 21명 등 총 38명도 희생됐다. 화순농협을 비롯해 화순축협, 화순 동복농협, 나주 다시농협 등 조합원과 가족들이 올 농사를 마치고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광주·전남 지대본 가동…연말연시 행사 취소
광주시와 전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사고 수습과 지원에 나섰다.
사고 현장에서 재난 상황과 탑승자 명단 파악, 사상자 병원 이송 준비, 유가족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번 사고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명명하고, 이날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일주일간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마련, 운영하기로 했다.
5개 자치구와 함께 '희생자 유가족 지원단'을 구성해 장례 절차 등 지원 체계를 구축해 수습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사망자 유가족 지원을 위해 자치구와 연계해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유가족 등이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조기에 적극적으로 심리 회복을 지원한다.
광주시는 연말연시 행사를 취소하거나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열린 '제야의 종 타종식'은 취소하기로 했다.
전남도도 전남 공무원 지정과 사고 수습 상황 브리핑, 신원 확인 현황판 작성 운영, 장례 절차, 합동 분향소 설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29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지대본) 회의'에서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희생자 유가족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2024.12.2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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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사고 원인 분석 철저
정부는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수습과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다 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항공철도 사고 조사위원회 등과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밝히고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관계 부처와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지원센터를 현장에 설치·운영할 방침이다. 장례 지원, 심리지원 등 유가족 지원 내용을 안내하고 일원화된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1월 4일 자정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3차 중앙재난대책회의에서 "향후 비참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게 하겠다"며 "다시 한번 사망자와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정부는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참사는 역대 국내 항공기 사고 중 세 번째로 인명 피해가 큰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사고는 269명이 사망한 1983년 대한항공 격추 사건이다. 2번째는 225명이 숨진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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