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괴와 패거리를 옹호하려는
정치적·법적 해석들, 다 틀렸다
법치를 부수는 최악의 폭력 ‘내란’
모두 아는데 왜 저들만 모르나
저들도 급하긴 급한가 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등 일련의 행위가 내란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대통령이 이미 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왜 또 정권을 찬탈하겠느냐, 그러니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아니다. 언론은 12·3 불법계엄 등 행위를 ‘친위쿠데타’라고 부른다. 친위쿠데타란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을 더 많이 가지려고 일으키는 쿠데타를 말한다. 쿠데타는 군대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불법적으로 정치체제를 변동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이다. 실패한 계엄이 어찌 내란죄가 되느냐는 주장도 있다. 아니다. 계엄이 궁극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대국민담화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예고하고 하는 내란이 어디 있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그게 아니라 그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부터가 내란의 범죄사실 중 일부다.
폭동이 없었다는 주장은 어떤가.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라고 되어 있고, 교과서의 해석론으로 폭동은 ‘다수인이 결합하여 폭행·협박하는 것으로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폭행·협박은 최광의의 것을 말한다’고 새긴다. 다른 것은 다 그만두고 국회에 헬기로 계엄군을 투입한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공포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 행위가 협박이 아니겠는가. 언론보도로는 동원된 군 병력만 국방부가 밝힌 숫자로도 1500명이고, 동원된 경찰관도 최소 4200명이다. 이들이 배치된 곳은 국회(서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과천), 선관위 연수원(수원), 서대문 인근, 한남동 등이었다. 이런 병력이 움직이고 그 나름대로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 뉴스 화면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었듯이, 그런 행위가 여러 지역의 평온을 해친 것도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두 시간짜리 내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물론 있다. 문제는 그 시간 중에 내란죄에서 말하는 실행행위로서의 폭동이 일어났는가 아닌가다.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 일당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조치’를 두고 이것이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목적 달성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에 해당하고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헌 문란이란 무엇인가. 형법 제91조에서 다음 둘 중 하나로 정의되어 있다. ①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권능을 소멸시키는 것 ②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국회에 군을 투입한 목적은 위의 ②호에 해당한다.
국회가 계엄해제 결의를 한 이상 대통령은 강압에 의하여 국회를 전복시키지 못했고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지도 못했으니 내란죄가 안 된다는 주장은? 틀렸다. 폭동으로 인해 국헌 문란이라는 결과가 실제로 발생해야 내란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란죄에서의 국헌 문란은 폭동을 일으킨 주관적 목적일 뿐이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통치행위이고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가진 국가작용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떤가. 이미 27년 전에 대법원 판결로 배척된 케케묵은 이론이다. 국가가 멸망할 상황에 놓이면 어떤 조치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말을 거꾸로 한다. 국가가 멸망할 상황에 놓여 계엄이란 조치가 나온 게 아니라, 그 조치로 지금 국가적 위기가 온 거다. 위헌적 권한 행사를 한 대통령을 처벌한다는 것은 위헌인 법률을 만든 국회의원을 처벌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은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당치 않다. 입법활동과 국헌 문란 목적의 계엄 선포가 같을 리 없다. 이번에 처벌하면 그게 선례가 되고 나중에 실제 전쟁할 때 계엄 선포를 꺼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와 있는데, 걱정도 팔자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내란이라고 주장하면서 수사하고 재판하려는 시도 자체가 바로 국헌을 문란하게 하는 내란이라는 주장은, 말 자체로 적반하장이다.
쿠데타도 비민주적이지만, 그 수괴와 패거리를 옹호하는 세력이 내놓은 쿠데타에 대한 정치적·법적 해석 역시 비민주적이다. 이 글은 법적 지식이 없는 시민들의 이해를 위해 쓴 것이다. 그런데 멀쩡히 법을 다 알고 있을 사람들의 궤변에 가까운 주장은 어디서 나온 걸까. 내란이 법치를 부수는 최악의 폭력임을 저들은 모르는가.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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