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참사]동기·자매 공무원들·가족들 모두 못 돌아와
무안국제공항 하루 내내 통곡…"이렇게 보낼 수 없어"
29일 오후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방콕을 출발해 이날 오전 9시 무안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제주항공 2216편으로 사고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무안=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김민수 김종훈 장시온 기자 = "제발 아니라고 해줘요."
29일 무안국제공항은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오열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3분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동체착륙을 하던 중 공항 외곽 담벼락을 들이받아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는 승무원 2명만 구조됐고 나머지 179명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탑승객 대부분이 크리스마스에 맞춰 가족들과 함께 3박5일의 해외여행을 갔다가 되돌아오는 항공편에서 참변을 당했다.
여객기에는 1946년생부터 2021년생 3살 남아까지 181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20대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곤 모두 주검으로 돌아왔다.
탑승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A 씨(80)는 전남 영광에 거주했다. A 씨와 그 일가족 9명은 A 씨의 팔순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화순군청 전·현직 공무원 8명도 퇴직자 축하를 위해 동반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전남도 출연기관에서 함께 여행을 떠난 MZ세대 연구원들도, 사무관으로 승진한 뒤 동기 모임을 가졌던 전남도교육청 여성 간부 5명도, 수능을 마친 기념으로 여행을 간 화순의 고등학교 3학년 형·1학년 동생도, 두 자녀와 비행기에 탄 담양군 40대 팀장급 공무원, 공무원 자매도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1년 농사를 마치고 해외여행을 갔던 17명의 전남지역 농협조합원과 21명의 가족들도 희생됐다.
여객기엔 태남석 씨(63)의 둘째 딸과 사위도 탑승해 있었다. 태 씨가 둘째 딸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열흘 전쯤 김장 때다. 그는 "해남에서 딸하고 사위가 절임 배추를 (준비)한다고 했다"며 "그때가 마지막 연락이다. 이렇게 보낼 순 없다"고 했다.
최옥순 씨(64·여)는 아들과 며느리, 6살 손자가 탄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비보에 경주에서 달려왔다.
그는 "며느리가 제주항공 승무원이다. 모처럼 시간이 맞아서 남편과 애기 데리고 태국에 여행을 갔었다. 아들이 어제 출발 전 '내일 도착하면 연락할게. 엄마도 잘 놀고 와'라고 카톡을 나눈 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비행기 탑승객과 가족이 사고 직전 나눈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 탑승객은 이날 오전 9시에 지인에게 "새가 (비행기)날개에 끼어서 착륙을 못하는 중"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탑승객은 '언제부터 그랬느냐'는 B 씨의 물음에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고 마지막 답변을 보냈다.
소중한 이들과 연말 여행을 즐기려는 가족과 친지, 직장동료 단위의 승객들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