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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메이데이” 신호 뒤 방향 바꿨지만…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단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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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에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타이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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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각) 새벽 1시30분 타이(태국) 방콕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여객기(7C 2216)는 방콕 수완나품공항을 출발해 아침 8시30분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이 여객기는 도착 시간이 지연돼 착륙 시간은 아침 8시50분으로 미뤄졌다. 비행기에는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무안공항 관제탑이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정상 착륙 방향인 01번 방향(남쪽에서 북쪽)으로 착륙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착륙 때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영상을 보면 기체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 유족이 취재진에게 공개한 탑승객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해당 탑승객은 오전 9시 “방금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1분 뒤 “유언해야 하나”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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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기체는 착륙 당시 랜딩기어(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주로 중간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는 활주로 남쪽 끝에 있는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에 부딪힌 뒤 외벽 담벼락까지 충돌했다. 기체는 꼬리 부분만 남기고 완파됐고 화염에 휩싸였다. 같은 시각 신고를 접수한 소방청은 오전 9시14분 현장에 도착해 재난대응 3단계(광역지방자치단체 소방력 총동원)를 발령했다. 오후 3시 기준 구조·수습 인력은 소방 490명, 경찰 455명 등 1562명이다.



오전 9시23분과 9시50분 기체 꼬리 쪽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두번째로 구조된 생존자는 구조대 쪽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했다”는 말을 전했다.



오후 1시께까지 구조작업을 진행하던 구조당국은 더는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주검 수습 작업으로 전환했다. 오후 1시20분 구조대원들은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사고 현장 주변으로 가방 등 유류품 수거에 나섰다. 주검이 있던 자리에는 노란색 깃발, 유류품이 있던 자리에는 빨간색 깃발로 위치를 표시했다.



이날 소방청은 오전부터 사망자와 생존자가 몇명인지를 발표했다. 오전만 하더라도 사망자는 20~30명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어 밤 9시께 전남소방본부는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179명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원 확인은 밤 10시 현재 88명에 그쳐 유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 작동이 불발된 것이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은 다음달 1일 새벽 5시까지 활주로를 폐쇄할 예정이다.



김용희 박수지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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