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2 (목)

[사설] 정부 유고에 겹친 참사, 황망할 따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2024.12.29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이 실종자 수색·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탑승객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아시아나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사고 이후 11년 만에 항공기 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생기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일단은 이번 참사가 조류 충돌 여파로 착륙 시 사용하는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동체 착륙을 시도한 항공기는 활주로 끝 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구조물과 충격 후 동체가 부서지고 화재가 발생했다.

조류 충돌만으로 이 정도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충격을 감출 수 없다. 조류 충돌은 여타 공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 때문에 방지에 총력을 다하는 사안인데, 왜 이 공항에서만 대형 사고로 이어졌는지 의문이다. 공항 관제탑과 교신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관제탑과 조종사 대처가 문제는 없었는지도 점검할 부분이다. 동체 착륙을 위해선 통상 관제탑과 사전 교신하면서 연료를 최대한 버리고 활주로에 화염을 냉각시킬 물질을 도포하는데 이번 경우엔 그런 사전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항공기는 활주로 끝에 가도 정지가 안 됐다. 이 공항 활주로는 2.8km로 보통 3.0km가 넘은 다른 공항보다 짧다. 이날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여유 공간이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전임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었다.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것이 이번 사고와 관련성은 없는지도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런 후진적인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황망함과 항공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따라야 한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