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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직원 한 명에 로봇 수십 대’… 이젠 로봇이 공장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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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밀도 1위 대한민국] [上]

조선일보

기아 전기차 전용 공장 - 로봇만 움직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전기 차량의 몸체가 모듈 조립 공정 라인 상부에 도착하자, 로봇이 밑에서 차체와 배터리 모듈 시스템을 나사로 조이며 합체시키고 있다. 이곳 공장엔 수십 대의 완전 자동화 로봇이 매일 가동된다. 사람(관리자) 한 명에 로봇 수십 대가 함께 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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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사람 한 명이 로봇 6대를 움직입니다. 로봇이 주요 공정의 100%를 처리하는 거죠.”

지난달 중순 광주광역시 광산구 뉴서광 공장. 이곳에서 일하는 김형진 연구소장이 공장 안쪽을 가리키며 들려준 말이었다. 뉴서광은 냉장고와 같은 생활가전 전용문을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다. 전체 공정의 70%를 다(多)관절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했다. 특히 주요 공정으로 꼽히는 철판 부품 삽입 및 조립과 문(door)을 프레스 공정을 거쳐 모양을 잡고 완성하는 과정에선 제어·관리하는 사람 한 명에 로봇 8대가 움직인다. 김 연구소장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제조업 공장을 가봐도 주요 공정은 사람 한 명에 로봇 여러 대가 붙어 처리한다”며 “로봇과의 협업은 이젠 일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1950~1960년대만 해도 노동집약 산업의 대표격인 봉제나 가발 같은 경공업에서 출발, 1970년대 중공업화를 추진할 때도 조선, 자동차 등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분야 중심으로 산업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현장은 이제 로봇이 좌지우지한다. 2025년 한국 산업 현장의 주역이 로봇이란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는 직원 1만명당 로봇 1012대를 쓰는 나라였다. 이미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공장 직원 한 명당 로봇수) 전 세계 1위 국가인 것이다. 싱가포르와 중국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 평균(1만명당 162대)의 6배가 넘는 수치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제조업 현장에서도 로봇은 이제 각종 공정을 해결하는 ‘필요 조건’이다. 일부 주요 공정에선 ‘1직원 1로봇’을 훌쩍 넘어 ‘1직원 N로봇’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 사람보다 로봇이 많은 현장을 보는 것이 갈수록 흔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가파른 경제성장 이후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람’에서 ‘로봇’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산업 현장을 살펴봤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로봇 밀도 1위의 나라

로봇 밀도는 그 나라의 제조업이 얼마나 자동화됐는지 평가하는 기본 지표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 1위 나라일 뿐 아니라, 지난 2018년 이후로 매년 5%씩 성장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국제로봇연맹 다카유키 이토 회장은 “강력한 자동차 산업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자제품 부문을 보유한 한국은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전기차 전용 공장. 이곳에서도 전기차 조립은 로봇이 담당한다. 사람은 한두 명이 완전 자동화 로봇 수십 대를 작동·관리하고, 주요 공정의 일부분은 로봇이 처리한다. 대표적인 과정이 차체와 배터리 모듈 시스템을 조립하는 공정이다. 전기차 몸체가 모듈 조립 공정 라인 상부에 도착하면 매일 수십 대의 로봇이 그 밑에서 배터리 시스템을 나사로 조이고 합체한다. 기아 관계자는 “나사를 조이는 압력과 각도의 수치를 매번 균일하게 작업하기 위해 100% 로봇을 사용한다”면서 “이를 통해 압력을 너무 주거나 혹은 덜 줘서 생기는 각종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제조업뿐 아니라, 물류·서비스업 현장에서도 로봇 활용도 100%를 달성한 곳은 적지 않다.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의 용인 스마트센터에서는 직원은 35명이 일하고 로봇만 수백 대가 움직인다. 이들 직원 중 지게차 운전 및 상하차 인력을 뺀 순수 센터 내 작업자는 25명 정도다. 이곳에선 230여 대의 고정노선운송로봇(AGV·Automatic Guided Vehicle)와 미니 AGV가 같이 움직인다. 또한 상품 피킹부터 검수, 포장, 출고까지 로봇이 모두 관여한다.

중소·중견 기업의 제조·물류 과정에서도 ‘로봇 100%’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경남 창원에 있는 38년 된 자동차 조향 장치 부품 기업인 태림산업. 이곳은 전체 공정의 50%를 로봇화했고, 주요 공정은 100% 로봇화를 달성했다. 입고부터 출하까지 모든 물건을 사람이 실어나르던 풍경은 이제 볼 수 없다. 물류공정 및 후공정은 모두 양팔 로봇 3~4대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해결한다.

◇“로봇으로 중대재해법도 극복”

국내 제조업 현장에선 로봇화는 인력 충원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에까지 인력을 더 투입하는 대신 로봇DX(Digital Transformation)를 추진하는 것이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중소기업 ㈜제일참은 물티슈 및 위생용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물티슈를 포장하고 싣는 모든 과정은 이제 다관절 로봇 5대가 해결한다. 이곳 관계자는 “로봇 자동화를 통해 생산량은 로봇을 들이기 이전보다 38% 올라갔고 원가도 45%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직원들은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대신, 작업 효율화를 진행하고 제품 아이디어를 내는 일을 더 많이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법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로봇을 쓰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소규모 도서물류 업체 관계자는 “물류 현장에서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허리나 허벅지에 차면 근력을 올려주는 웨어러블 로봇 7대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까지 로봇화에 뛰어든 우리 기업은 2524곳으로 지난 2019년보다 13%가량 증가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2024년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 3년보다 더 많은 증가율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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