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부품 대체로 ‘유리’ 사라져
차에서 유리를 없애면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실내 공간을 넓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뒷유리를 없애 차의 윗면과 뒷면을 같은 소재로 매끄럽게 연결하고, 사이드 미러 대신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달아 공기와 닿는 면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가령 사이드 미러를 없애면, 차의 공기 저항이 최고 7% 안팎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지난 8월 폴스타가 출시한 쿠페형 전기차 ‘폴스타4′가 대표적이다. 차량 뒷유리를 없앤 대신 2열 좌석을 뒤쪽에 가깝게 배치해 다리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 보통 쿠페형 자동차에선 뒷좌석에 사람이 탈 경우 후방 시야가 제한되는데, 121도 시야각을 지닌 후방 카메라를 탑재해 이런 단점도 보완했다.
그래픽=김하경 |
◇유리가 사라진다
지난 3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술 박람회 ‘마이애미 아트위크’. 처음 실물이 공개된 영국 재규어의 콘셉트카 ‘타입00′은 일반적 자동차 외관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과감히 생략됐다. 뒷유리는 없고 그 자리에 테일게이트(트렁크 문)가 달렸다. 사이드 미러도 없었다. 대신 후방과 양옆을 찍는 작은 카메라가 달렸다. 재규어는 2026년부터 ‘타입00′에 기반한 전기차를 생산, 오직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변화 배경으로는 최근 운전에서 유리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카메라로 차량 주변을 살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기능 등이 신차에 탑재되고, 주차를 돕는 기능 등이 확대되면서 유리로 바깥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늘었다. 외부에 달린 유리 부품을 줄일수록 성능이 높아지는 것도 유리를 없애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뒷유리가 없으면 차체 윗부분과 뒷면의 단차(段差)가 사라지면서, 공기가 매끄럽게 뒤로 흘러간다. 그 덕에 공기 저항이 줄어 연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향후 미래차 기술이 발전되면 유리를 넘어 다른 부품도 사라지리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테슬라가 지난 10월 공개한 로보 택시(무인 자율 주행 택시) 콘셉트카 ‘사이버캡’에는 운전대·페달·뒷유리·사이드미러가 없다. 사람이 아닌 AI(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주행 시스템이 운전하기 때문에 이런 부품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 차를 2026년 양산한다는 목표다.
◇유리 기능 대체하는 전장 부품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유리의 기능을 전장 부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차 후방을 백미러가 아닌 카메라로 보게 하는 ‘디지털 센터 미러’를 2022년 ‘팰리세이드’에 처음 도입해, 현재 10여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2021년 ‘아이오닉 5′부터 탑재, 곧 출시될 ‘아이오닉 9′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사이드 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아 실내 화면으로 양옆을 볼 수 있게 한 장치다. 일반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는 뒤쪽으로 최대 18도까지만 볼 수 있지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29도까지 볼 수 있다. 사각지대를 줄여 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업체들은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야간이나 우천 주행, 그리고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실을 경우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이용하면 백미러보다 선명하게 후방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소비자 사이에는 사이드 미러 변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반응도 아직 많다. 현대차 차량 구매자 중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옵션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20% 정도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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