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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염장 막장 끝장... 난장판 주범의 퇴장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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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새벽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이 본청으로 진입하려다 소화기로 막아서는 거센 저항에 머뭇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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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과장됐다. 생소한 반지성주의를 배격하며 취임식에서 민주 투사인 양 행세했다.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열망에 가려 그때는 미처 몰랐다. 적개심에 사로잡힌 윤석열 대통령의 거친 이분법이 파국의 씨앗이 될 줄은. 출근길에 언론과 소통하는 파격과 곧장 한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의 화끈한 지원 사격을 지켜보며 뭐라도 달라지는가 싶었다.

염장을 질렀다.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세력”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후 야당과 문재인 정부까지 싸잡아 저격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낙인찍어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공정은 아집으로 상식은 독선으로 변질됐다. 대화와 협치가 실종된 반목과 대결의 정치에 가속이 붙자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끝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분풀이하듯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고 외쳤다.

환장할 지경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리스크가 날로 고조되는데도 외면하며 감쌌다. 심지어 “탄핵, 하려면 하십시오”라고 겁박하며 오기를 부렸다. 민생을 챙기는 자리에서 도리어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전날 국회를 찾아 "부탁드린다"면서 낮은 자세로 예산안 처리를 당부하더니 다시 오만한 본색을 드러냈다.

가장 아끼던 후배 검사 한동훈을 여당 구원투수로 내세우고는 어떻게든 몰아내려 꿍꿍이를 꾸몄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 승리보다는 알량한 권력의 우위를 놓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반복되는 헛발질에 주변에서는 속이 터지고 문드러져도 아랑곳없었다.

브레이크 없는 막장으로 치달았다. 합리적 판단마저 포기한 듯한 우격다짐이 총선 참패를 당하면서 두드러졌다. 극우 진영의 논리에 갇혀 부정 선거라고 떠드는 가짜 뉴스에 현혹됐다. 믿고 싶은 결론에 꿰맞춰 밀어붙이는 불신과 불통의 잣대로 거침없이 세상을 왜곡했다.

고집을 피울수록 거부권 행사가 늘었다. 특검으로 정조준하자 삐뚤어진 아내 사랑만 남았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편협한 상황 인식에 민심이 절망하는데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여당의 충성파가 떠받드는 대장놀이에 취해 국민 눈높이를 저버렸다. 일개 정치 브로커에게 휘둘리면서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의 권위와 지지 기반은 무너졌다.

급기야 끝장을 보겠다고 달려들었다. 군홧발로 민의의 전당을 짓밟았다. 군 복무 경험조차 없는 무도한 통수권자의 오판이 참혹한 사태로 번질 뻔했다. 하지만 사죄는커녕 표독하게 궤변을 늘어놓았다. 광란의 칼춤을 처단하겠다며 공포를 조장하고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광기를 부렸다. 대선 직전 그를 옹립해 정권을 잡은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다. 등 돌린 여론에 궤멸 직전의 처지로 내몰렸는데도 반성 대신 책임을 떠넘기며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

'6시간 계엄'으로 요동치던 날, 정신 없이 일을 마치고 새벽에 집에 갔더니 고등학생 막내가 밤을 새우며 기다리고 있었다. 심야 활극을 벌인 몰지각한 어른들의 잘못으로 졸지에 계엄 세대가 됐다.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난장판을 유튜브로 생생하게 보고 들었다. 속속 드러나는 그날의 추악한 실체를 함께 확인하며 경악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강한지 아이가 강렬하게 학습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너무 짜증나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완력으로 상대를 깔아뭉개는 횡포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으니까.

김광수 정치부장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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