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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공정'이 서바이벌 예능 붐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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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피의 게임3' 등
제재 느슨한 OTT, 자극 수위↑
공정 중시하는 젊은 세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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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예고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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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당신의 계급이 정해집니다."

올해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최고 흥행작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계급제 도발로 시작됐다. 동네 맛집부터 파인 다이닝(고급 요리) 미슐랭 3스타 식당까지 요리사 100명이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심사위원인 백종원 외식사업가와 안성재 셰프의 혹평과 극찬이 오가고, 유명 셰프가 무명의 요리사에게 패배의 굴욕을 당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치열한 경쟁 구도의 '서바이벌' 예능은 요리에 그치지 않는다. 넷플릭스 '피지컬: 100', 엠넷의 '스테이지 파이터'와 같은 신체 경쟁은 물론이거니와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 '솔로지옥'처럼 사회적 영향력과 연애 실력까지 겨루는 예능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터져나온 한 해였다. ·

욕설·흡연 등 선정적인 장면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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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3'(왼쪽)와 유튜브 숏츠(오른쪽).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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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예능 열풍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 변화 영향이 크다. 욕설, 흡연, 선정적인 장면 등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하는 지상파 TV와 달리 OTT는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자극 수위가 높을수록 시청률은 올라간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OTT 예능이 범람하면서 시청자들이 웬만한 자극이 아니고선 감동하지 않는다"며 "자극적인 부분이 부각되면서 중독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5일 첫 공개된 웨이브 예능 '피의 게임3'의 출연진들은 무더위나 폭우와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 경쟁을 펼친다. 출연진들은 살아남기 위해 욕설을 내뱉고, 육탄전을 벌인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 견인 1위 콘텐츠에 올랐다. 현정완 '피의 게임3' PD는 "욕설이나 흡연 등 기존에 TV 방송에서는 못 나갈 장면들이 더러 있다"며 "플랫폼의 변화로 프로그램 제작이 아무래도 자유로워졌고, 이걸 감수하고도 보겠다는 건 (시청자들의) 선택의 영역이다"고 밝혔다.

"실력으로 겨룬다"... '공정'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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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피지컬:100' 시즌1.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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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서바이벌 예능에 힘을 실었다. 나이와 지위, 재력 등을 떠나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낸다는 점이 시청자에게 쾌감을 준다. '흑백요리사'를 즐겨 봤다는 직장인 이슬아(27)씨는 "계급장을 떼고 공정하게 겨룬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궁금해서 보게 됐다"며 "출연자들이 실력으로만 이길 때 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시작한 ENA의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요식업에 도전하는 이들의 경쟁을 다룬다. 알코올중독자, 싱글대디, 소년 절도범, 자립 준비 청년, 빚진 가장 등 참가자들의 인생사부터 예사롭지 않다. 방송 도입에서 백종원은 "인생 실패한 게 아녜요, 기회를 못 잡은 거지"라고 밝힌다. 참가자 배경을 따지지 않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김헌식 평론가는 "계급장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이라는 가치가 중시되면서 방송에서도 이 같은 문화심리적 요소들이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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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인 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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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서바이벌 예능 인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요리 서바이벌 예능 시초 격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2가 5년 만에 부활해 지난 15일부터 방송되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제작진은 미용을 소재로 한 서바이벌 예능을 차기작으로 준비 중이다. ENA의 인플루언서 서바이벌 예능 '언더커버'와 넷플릭스 연애 서바이벌 예능 '솔로지옥'의 새로운 시즌이 내년 1월 12일과 14일 각각 공개된다.

김민지 인턴 기자 maymay0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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