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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英 전문가 “활주로 끝 콘크리트벽, 어디서도 못 봐... 범죄에 가까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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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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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항공 안전 분야 전문가는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해 활주로 끝에 있던 벽과의 충돌이 재난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이트 인터내셔널 매거진의 편집자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벽에 부딪히지 않았다면 탑승객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 공군에서 조종사이자 비행 강사로 근무했으며 영국 왕립 항공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항공 문제 전문가다.

그는 “상황을 고려할 때 조종사는 아주 훌륭하게 비행기를 착륙시켰다”며 “비행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땅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고 했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달리던 사고기는 결국 활주로 외벽과 충돌해 불길에 휩싸였다.

리어마운트는 “그런 종류의 구조물은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건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0일 브리핑에서 “활주로 끝단에서 콘크리트 외벽까지는 251m 떨어져 있다”며 “비행기가 방위를 계기판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신호를 주는 방위각 시설”이라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대부분의 방위각 시설은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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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항공 안전 분야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가 무안공항 참사 영상을 보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스카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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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벽과 충돌하지 않았다면 울타리를 뚫고 도로를 지나가 인접한 들판에 멈췄을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리어마운트는 “비행기가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는 공간이 충분했다”며 “조종사들이 보안 울타리 등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탑승객들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리어마운트는 “(콘크리트 외벽은) 그곳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그곳에 있는 건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했다.

또 다른 항공 전문가인 샐리 게딘 역시 외벽의 위치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했다. 다만 “비행기가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활주로 끝에 더 많은 공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재앙으로 끝났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도 활주로 끝에 개활지 등 충분한 완충지역을 뒀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TV조선에 “비상 착륙을 할 경우에는 일반 착륙 시보다 약 1.5배에서 2배 정도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게 보통”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여수공항과 포항, 경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방위각 시설을 어떤 토대 위에 놓느냐는 공항별로 다양한 형태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해진 규격화된 형태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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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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