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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2025 신춘문예] 유머와 가벼운 무거움을 지닌… 소설 전체가 하나의 ‘경고문’처럼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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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본심에서 읽은 열 편 모두 개성 있고 주제 의식이 돋보였다. 그중 눈에 띄게 개성이 두드러진 작품이라면 ‘말문이 트이는 복숭아’였는데, 부족한 인과(因果)들과 불안한 문장을 잠시 뒤로 미뤄 두고 싶을 만큼 ‘복숭아’라는 상징이 인상적인 데가 있었다. ‘복숭아를 던지는’,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여성들의 필요해 보이는 작은 연대 또한. ‘눈에 복숭아 하나가 생긴 것’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지금보다는 조금 더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스프링클러’는 “스프링클러 없는 노후 고시원에서 삼 개월 살면 전세 보증금을 대출”해준다는 소설적 상황과 조건이 이 시대 필요한 이야기로 읽혔다. 왜 그런 노후 고시원이어야만 하는지? 그 모든 일을 경험한 후 결말에서 또 새로운 청년 주택을 신청하려고 하는 시점 인물에게 생긴 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짐작을 미약하게라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플롯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이끌고 가는 솜씨만큼 인물들의 성격에도 깊이 있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남긴다.

열 편 중에서 개성도 주제 의식도 가장 뚜렷한 작품이라면 ‘경고문 쓰는 여자’이다. 금지할 때 자유로우며 경고문이 삶의 반창고인 한 의욕적인 사서의 이야기. ‘경고문’을 집요하게 붙들고 질문하는 힘과 경고문에 대한 다양한 변주들이 있으며 살아 있는 듯한 보조 인물들의 필요 이유까지, 이 소설은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경고문 쓰는 시대. 같이 사는 더 좋은 사회,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이 당선작을 읽고 나면 그러한 나만의 ‘경고문’, 진심 어린 당부로도 읽힐 수 있는 문장이 쓰고 싶어질지 모른다. 소설 전체가 하나의 경고문으로 읽히기를 원하는 듯한 작가의 바람은 그래서 성공한 듯 보이고.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유머와 가벼운 무거움을 지닌 경고문들과 소설 속 소년의 폭죽처럼 쏘아 올린 당선자의 개성을 환영하고 축하드린다. 소설이라는 소중한 세계에서 분투하고 계신 모든 응모자에게도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조선일보

최수철·소설가 / 조경란·소설가


[최수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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