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스프링클러’는 “스프링클러 없는 노후 고시원에서 삼 개월 살면 전세 보증금을 대출”해준다는 소설적 상황과 조건이 이 시대 필요한 이야기로 읽혔다. 왜 그런 노후 고시원이어야만 하는지? 그 모든 일을 경험한 후 결말에서 또 새로운 청년 주택을 신청하려고 하는 시점 인물에게 생긴 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짐작을 미약하게라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플롯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이끌고 가는 솜씨만큼 인물들의 성격에도 깊이 있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남긴다.
열 편 중에서 개성도 주제 의식도 가장 뚜렷한 작품이라면 ‘경고문 쓰는 여자’이다. 금지할 때 자유로우며 경고문이 삶의 반창고인 한 의욕적인 사서의 이야기. ‘경고문’을 집요하게 붙들고 질문하는 힘과 경고문에 대한 다양한 변주들이 있으며 살아 있는 듯한 보조 인물들의 필요 이유까지, 이 소설은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경고문 쓰는 시대. 같이 사는 더 좋은 사회,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이 당선작을 읽고 나면 그러한 나만의 ‘경고문’, 진심 어린 당부로도 읽힐 수 있는 문장이 쓰고 싶어질지 모른다. 소설 전체가 하나의 경고문으로 읽히기를 원하는 듯한 작가의 바람은 그래서 성공한 듯 보이고.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전혀 망설이지 않았다. 유머와 가벼운 무거움을 지닌 경고문들과 소설 속 소년의 폭죽처럼 쏘아 올린 당선자의 개성을 환영하고 축하드린다. 소설이라는 소중한 세계에서 분투하고 계신 모든 응모자에게도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최수철·소설가 / 조경란·소설가 |
[최수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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