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참사가 일어난 29일 저녁 사고현장인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관계자들이 파손된 기체 일부를 들어 올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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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의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가 제기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한국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비상 착륙 때 바퀴가 나오지 않아 감속을 하지 못한 채 동체 착륙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쪽에선 주로 한국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여러 사고 원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내 항공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새떼 충돌 가능성뿐 아니라 기체 결함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새떼와 충돌해 한쪽 엔진이 고장 난 것만으로 이번 같은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일본항공 전직 기장 출신의 항공 평론가는 “이번 사고를 보면,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굉장한 속도로 착륙을 하고 있다”며 “착륙 이후를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로썬 한국 항공 당국의 견해 등을 바탕으로 여전히 ‘새떼 충돌’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국 내 항공기들이 한해 1천건 넘는 ‘버드 스트라이크’를 경험하는 만큼 이번 사건의 원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는 1463건의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났다. 세부적으로는 항공기 엔진-프로펠러 쪽 충돌이 315건, 조종실 창문 등 항공기 앞부분 522건, 날개 334건, 동체 122건 등이었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에 손상이 일어난 경우도 61건이나 됐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성은 전문가와 항공사들이 참여하는 ‘조류 충돌방지 대책위원회’를 해마다 열어 버드 스트라이크 발생 상황을 분석한 뒤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는 풀베기와 새떼 번식을 막는 약제를 살포하고 있다. 또 아이치현 중부공항에서는 조류 감시대가 지속적으로 순찰을 돌고, 최근엔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떼 감시 체계도 갖추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국토교통성 한 간부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사고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본의 항공 안전에도 버드 스트라이크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라며 “이후에도 관련 사고 방지를 위해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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